한용외씨 “다문화 대안학교 설립 꿈”
한용외씨 “다문화 대안학교 설립 꿈”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4.12.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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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다문화가족 사진 찍어줘, 사재로 인클로버재단 설립

▲ 다문화가정을 위한 가족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하는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67).ⓒ연합뉴스
대기업 사장으로 인생의 1막을 화려하게 마치자마자 거액의 사재들 털어 2000이 넘는 전국의 다문화 가정의 가족사진을 찍어준 사람이 있다.

삼성그룹 사장 출신으로 다문화 가정을 위한 사회복지법인인 인클로버재단을 세워 운영 중인 한용외 이사장(67)의 얘기다.

한 이사장은 반평생을 삼성그룹에 바친 ‘삼성맨’이다.

지난 1974년 제일합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회사 생활을 시작해 그룹 비서실을 거쳐 삼성전자 사장, 삼성재단 총괄사장을 역임하고 2009년 삼성사회봉사단 단장(사장) 자리를 마지막으로 회사를 나왔다.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전형이다.

이런 그가 ‘전공’과 그다지 상관없어 보이는 다문화 가정으로 관심을 돌린 이유가 궁금해졌다.

한 이사장은 “2004년에 그룹에서 봉사 총책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공헌 총괄 사장으로 오니 체계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를 공부했다”며 “이 때 다문화 문제에 관한 논문과 자료를 저절로 많이 보게 되면서 관심이 싹텄다”고 말했다.

36년에 걸친 회사 생활을 접고 인클로버 재단을 세운 2009년은 한 이사장의 인생 2막이 오른 해다.

한 이사장은 재단을 세우면서 출연금으로 10억원을 쾌척했다. 재단이 사무실로 쓰는 오피스텔도 그의 것이니 한 이사장이 공짜로 재단에 사무실을 임대해 주는 격이다.

지금의 본업 격인 사진 얘기로 화제를 돌려봤다.

지난달 8일은 그에게 아주 뜻깊은 날이었다. 그가 가족사진을 찍어준 다문화 가정의 수가 2000을 돌파한 날이다.

첫 촬영일인 2010년 8월 이후 4년여만에 이룬 기록이다.

그날 이후로도 촬영이 이어져 지난달 30일까지 2055가정의 사진을 찍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가족이 누구였냐고 묻자 한 이사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벽에 걸린 6남매의 사진을 가리켰다.

“충남 태안에서 찍었어요. 일본인과 한국인 부부 가족의 아이들인데 얘들을 보고 기분이 좋아서 따로 아이들만 앉혀 놓고 찍은 사진이죠.”

사장 시절 뒤늦게 사진기를 잡기 시작했지만 그의 사진 실력을 아마추어 수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명 작가인 조세현씨에게 사진을 사사한 한 이사장의 촬영 실력은 수준급으로 통한다.

2000여 가족의 사진을 찍는 동안 그는 자원봉사팀을 이끌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았다.

“무안, 울산, 부산, 대구, 예천, 전주, 대전, 고성, 홍천, 영월, 평창, 태안까지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제주도만 빼고는 전국을 다 돈 셈이죠.”

사진 촬영을 전담하는 한 이사장 외에도 화장 전문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사진 보정을 해 주는 이, 컬러 프린터로 사진 출력을 맡은 이 등을 합치면 한 이사장의 팀은 10여명 이상의 ‘대부대’다.

미니 촬영 스튜디오를 만들 배경지와 조명, 대형 프린터, 컴퓨터, 액자 틀 등의 장비를 챙기려면 최소 승합차를 포함해 차량 2대가 움직여야 한다.

그날 찍은 사진은 그 자리에서 뽑아 바로 출력해 액자에 넣어 가족들에게 들려 보낸다.

가족사진 촬영에서 시작한 재단의 사업은 다문화 가정 청소년을 위한 사업으로 확대됐다.

한 이사장은 다문화 가정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위한 사진 강좌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취미 수준을 넘어 진학과 직업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 2세가 대학의 관련 학과나 사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다.

그의 마지막 욕심은 기숙형 대안학교를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다문화 가정의 이혼율이 높은데 그 아이들 누가 데리고 어떻게 키울 겁니까. 이 아이들이 18세가 될 때까지 키워주고 학력도 만들어주고 심성도 교육하는 학교를 세우는 것이 꿈입니다.”

그의 다문화 가정 사진 촬영 여행은 계속된다. 오는 13일에는 충청남도 세종시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