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 역사의 산물"
강우일 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 역사의 산물"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4.11.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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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번영, 피상성에 정신 팔려서는 안돼"

 
"한국 교회의 삶과 사명은 외적, 양적, 제도적 잣대로 헤아릴 수 없습니다. 번영의 시기에 오는 위험 유혹이 있습니다. 그 위험이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한낱 사교모임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방한 때 한국 주교들에게 한 경고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전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지난 17일 서울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교황 프란치스코와 함께 열린 미래를 향하여'란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런 내용을 소개했다.

강 주교는 "다른 나라는 신자가 계속 줄어드는데 한국은 교구 수와 사제가 늘고 신자도 500만 명을 돌파하니 세계 교회가 굉장히 부러워한다"며 "그렇지만 외국 주교들이 비법이 뭐냐고 물으면 '없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종(교황) 말씀은 교회가 아무리 성장했다고 해서 복음이 제시한 사명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겁니다. 수백 명의 순교자를 시복시성하고, 전국 곳곳에 성지를 조성하고, 떼지어 성지순례를 가도, 회개하라고 촉구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있다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강 주교는 "교종은 '여러분들이 일 잘 한다는 거 안다, 꾸짖는 거 아니다'라고 하셨지만 나중에 새겨보니 호되게 야단을 치셨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교회의 특징을 얘기하면서 '번영'과 '웰빙'이란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고 한다.

강 주교는 "교종이 아시아 주교들에게 한 연설에서는 '피상성의 유혹'을 강조했다"며 "휴대전화는 어떤 걸 쓰는지, 무슨 자동차를 타는지, 가방 브랜드는 무엇인지 처럼 인간이 사는 참된 가치와는 전혀 상관 없는 피상성에 정신이 팔려 진정한 기쁨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에 대한 경고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한을 앞두고 청와대 실무진이 안전과 경호상 탄탄한 차를 타셨으면 좋겠다고 하자, 교황청 실무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한국에서 쓰는 소형차로 아무거나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일화도 전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종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며, 교종이 된 뒤에 갑자기 특별한 은사를 받은 것도 아니다"라며 "그의 말씀과 행동은 현대 가톨릭교회 역사 속에서 서서히 성숙해 온 것이며, 그분이 살았던 중남미 가톨릭교회가 만든 정신과 그곳에 살면서 싹튼 영성이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