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심성 돈 잔치로 변질된 국회예산심의
[사설] 선심성 돈 잔치로 변질된 국회예산심의
  • 신아일보
  • 승인 2014.11.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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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핵심사업예산은 삭감하면서
1일 300여명 이용 무안국제공항에 200억 등
불요불급 예산 증액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매년 정기 국회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되어 왔던 국회의원들의 선거구 챙기기 예산증액이 금년에도 횡행, 논란이 되고 있다. 상임위 16곳 중 예산안 심의를 마친 12곳에서 12조원이 증액된 것으로 집계됐다.

상임위마다 국회의원의 예산 끼워넣기가 자행된 것이다.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은 정부안에 없던 항목까지도 끼워 넣고 있다.

때문에 국회 예산안 심의는 정부안과는 다르게 진행, 국가적으로 불요불급한 사안에 예산을 투입하게 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입만 열면 재정건전성을 역설하며 감액심사를 철저히 하는 등 정부의 팽창 예산을 비판해 온 것과는 달리 자신을 위한 일에는 개의치 않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행태에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이 같은 선심성 돈 잔치는 당초 정부안과는 달리 기형화 되어 결과적으로는 나라 살림살이는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까지 사리를 챙기는 것으로 사안이 심각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16개 상임위 가운데 예산안 심사를 마친 12개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6조9000억원 늘린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 관계자는 과거 2조 원 안팎의 증액을 요구해온 보건복지위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등 나머지 상임위가 예산 심사를 마치면 증액 예산 규모는 10조 원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원들은 정부안을 심사하면서 정부가 낸 예산안 중 사업비를 줄이는 ‘감액 심사’는 철저히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요구한 사업비 증액안은 원안대로 가결했다.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예산 심의를 마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당초 예산안에 없던 국유재산기금에 경찰서 및 파출소 신설 예산을 임의로 대폭 추가했다.

예산이 증액된 곳은 대부분 기재위 소속 의원들의 선거구였다.

기재위 예산소위 위원장인 박명재 의원은 문덕파출소 신설비용 18억6600만원을, 박덕흠 의원은 지역구인 충북 보은경찰서 민원실 증축비 3억8300만원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서울 구로경찰서 청사 신축예산 2억700만원을 증액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위원장인 김우남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제주 관련 예산을 351억원 늘렸다. 이 증액 예산에는 ‘낙도(落島)’ 주민을 대상으로 한 ‘도서지역 운임’과 ‘조건불리 수산직불금’ 지원예산 50억원이 포함됐다.

국토교통위는 지방하천 정비사업 예산 557억 원을 증액했다. 이 사업은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과 유사 사업이라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보다 1000억 원 예산을 삭감했다.

하지만 의원들이 타당성을 고려치 않고 임의로 예산을 증액했다. 따라서 국토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 충북 제천, 전남 순천-곡성, 경기 용인 관련 예산이 집중적으로 늘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보선 당선을 계기로 호남지역 예산을 확대한다는 새누리당의 방침에 따라 순천만정원, 도로 건설 등 순천시와 곡성군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00억원 가량 증액됐다.

국토교통위 예산소위 위원장인 이윤석 새정치연합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무안군의 무안국제공항 시설 확장 사업에는 200억원의 예산이 신규 반영됐다. 무안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30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긴요치 않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당략과 예산을 다루는 국회의원의 지역구라는 이유로 예산을 마구잡이로 증액, 본회의에 올리게 됐다. 

국회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지적을 외면하는 구태를 벗어야 된다. 본회의에서 이를 철저히 가려 건강한 예산안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