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이민 38년만에 딸과 첫 고국나들이
加이민 38년만에 딸과 첫 고국나들이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10.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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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민족축전 참가, 메디엘씨 "딸도 엄마나라 감탄"

▲ 린다 지호 메디엘(41) 씨와 큰딸 애슐리(10).
3살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에 이민한 여성이 38년 만에 딸과 함께 처음으로 고국을 찾았다.

남편 콜 메디엘 씨와 결혼해 슬하에 두 딸을 둔 린다 지호 메디엘(41) 씨는 15일 큰딸 애슐리(10)와 친정 부모와 함께 방한했다. 이날부터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열린 2014 세계한민족축전에 참가했다.

딸과 동행한 그의 이번 고국 첫 나들이는 여느 사람들과 다르다. 19일 계명대 체육관에서 열린 세계한민족체육대회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딸에게 엄마가 태어난 나라를 보여주고 싶어 일을 접어놓고 왔다"고 전했다. 8살 난 막내딸과 남편을 집에 두고 와 미안하지만, 우선은 큰딸과 한국 여행을 하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인터뷰에 응한 애슐리 양은 "아주 흥미있는 여행입니다. 멋있고 아름답습니다"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엄마는 지혜롭고 아름답게 자라라는 뜻에서 딸에게 '지미'(智美)라는 한국을 이름을 지어줬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나라, 그리고 엄마의 나라에 온 것은 제 결정 중에 가장 잘한 것 같습니다. 엄마가 태어난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게 돼 기쁩니다. 세계한민족축전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아 나 같은 친구들이 한국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는 대견하게 자란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돌아가면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워 딸에게 가르쳐줄 생각이다.

아버지 장성순 씨와 어머니 김영환 씨 사이의 5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지호 씨는 부모가 워낙 바빠 한글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인은 한국말을 해야 한다고 뼈아프게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호주, 페루, 멕시코, 태국 등 한국 빼고는 거의 다 세계여행을 했는데 이번 여행이 가장 깨달음이 많은 여행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대전과 서울, 강원도 여행을 한 뒤 오는 25일 귀국할 예정인 그는 "온 가족이 손잡고 꼭 한 번 더 오겠다"고 밝혔다.

지호 씨의 부모는 다섯 딸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며 캐나다 밴쿠버에 이민했다. 조각가인 아버지는 건축 현장에서 막노동했고, 어머니는 낮에는 가정부, 밤에는 양어장에서 일하며 고된 이민생활을 했다. 지호 씨와 세 딸은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한 명은 맥길대에 진학시켰고,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현재 은퇴한 아버지 장 씨는 재향군인회 캐나다 서부지회 회장과 밴쿠버 문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 씨는 "몸은 비록 캐나다에 있지만 마음만큼은 대한민국을 향해 있다"며 "고국이 발전하기를 늘 바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월남전에 중대장으로 참전한 경험과 이민 생활의 애환을 오롯이 담은 책 '붉은 바나나 꽃잎이 피고 지던 날'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