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발한발 멀리 내다보고 가야"
"통일, 한발한발 멀리 내다보고 가야"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10.1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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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호철, 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서 작품 낭독회
▲ 소설가 이호철(왼쪽)과 김애란이 1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작품 낭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통일이 빨리 되면 더 어렵게 돼 ...한발한발 멀리 내다보고 가야 한다"

소설가 이호철(82) 씨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작품 낭독회를 열고 통일에 대한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평생 분단의 고통과 향수를 소재 삼아 작품세계를 가꿔온 작가는 이날 저녁 독자들과 문답에서 통일에 관해 질문받고 "남북이 서로 드나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일이 되는 것이지, 억지로 통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는 통일을 이룬 독일과의 비교에서는 "독일을 보면 한마디로 부럽다"고 말하고 "우리는 6·25전쟁을 치렀는데, 이건 치명적이며 (전쟁이 없었던 동·서독과) 엄청난 차이다. 그리고 독일 민족의 수준보다 우리 민족의 수준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동독 정권과 민중의 관계를 봐도, 북한 정권과 민중의 관계와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를 맡은 베를린자유대의 홀머 브로흘로스 한국학 교수가 이 답변을 받아 웃으면서 "약하지 않고 강하다.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그렇게 짧은 시간에 이룬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하자 "받아들이고 존중하겠지만 제 생각을 양보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원산에서 태어난 작가는 1950년 전쟁이 터지자 동원령에 끌려 인민군에 입대했다가 포로로 붙잡혔으나 풀려난 뒤 월남한 이력이 있다.

이후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 '타향'을 발표하며 등단하고 나서 지금까지 '나상' '판문점' '소시민' '서울은 만원이다' 등의 작품을 통해 전쟁과 분단 문제를 파고들었다.

이날 함께 낭독회를 가진 소설가 김애란(34) 씨는 작품세계 지향에 대한 질문에 "1980년대 비교적 자유롭게 성장했다"면서 "그러나 역사를 공부하며 농담이 불가능한 시기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농담은 선배들의 진담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여전히 이념대결의 그늘아래 있다. 어느 선배 작가는 오른쪽이냐, 왼쪽이냐고 묻지만 저는 죽은 사람들의 편이다. 30년대, 50년대, 80년대생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진지하면서도) 거짓말도 잘하고 농담도 잘하며 작품을 써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2005년 첫 단편 소설집 '달려라 아비'로 주목받은 김 작가는 보편적인 주제를 감각적인 문체로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작가는 이날 베를린을 시작으로 함부르크 대학(17일), 보훔대학(21일), 본 대학(23일), 괴테 대학(27일), 튀빙겐 대학(29일) 등 주요 대학들을 돌아다니면서 낭독회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