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조건 탐구
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조건 탐구
  • 신아일보
  • 승인 2014.10.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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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구 국학박사·향토사학자·시인

▲ 신상구 국학박사
한국은 20세기 100년 동안 노벨상을 단 한 사람도 수상하지 못해 모든 국민들이 몹시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했는데,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김대중(1926-2009) 대통령이 햇볕정책(sunshine policy)으로 남북한의 관계를 개선하고 군사독재에 대한 항쟁으로 민주화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여받았다.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받은 노벨상이라 모든 국민들이 환호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은 노벨 문학상, 노벨 경제학상, 노벨 물리학상, 노벨 화학상, 노벨 의학 및 생리학상 등은 받지 못해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

노벨상 6가지 분야 중에서 한국이 가장 받고 싶은 노벨상은 노벨 문학상이다. 왜냐하면 한국문학의 자양분이 되고 있는 한글에는 한민족의 민족혼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황석영이나 고은 등이 대중들을 감동시키는 문학작품을 많이 발표해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것도 번역상의 문제로 해외에 덜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노벨문학상을 2명이나 배출한 일본은 1945년부터 무려 2만 여 종의 문학작품을 번역해 외국에 소개했는데 비해, 한국은 2001년에 설립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지난 8년 간 26개국 언어로 380여 권의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한국이 앞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암묵적으로 알려진 노벨문학상 수상 조건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 조건은 노벨문학상을 주었을 때 그 나라 국민 대부분이 공감해야 한다. 국민 절반이 반대하면 주기 싫을 수밖에 없다. 양극화된 우리 사회를 돌아볼 때 걱정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는 작가가 정치적으로 편향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권의 편을 들거나 야당에만 경도되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

물론 독재정권이거나 인권 말살과 탄압에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그러한 경우를 제외하곤 작가는 문학 자체에 충실해야 한다. 과도한 민족주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키처럼 동아시아 평화를 앞세워 자기 나라 편을 안 드는 게 현명한 태도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기 관리를 잘 해서 사이버공간에 비난이 없어야 한다.

2014년 노벨문학상은 과연 어느 나라 누가 받을지 궁금하다. 한국의 시인이나 소설가가 받았으면 좋겠다. 특히 나는 중앙문단에 등단한 시인으로서 한국의 시인 4000여 명 중에서 누군가 받기를 소망한다.

구상(1919-2004) 시인은 생전에 노벨문학상 본선에 두 번이나 오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고은 시인은 11년 전부터 노벨문학상의 유력후보로 거론되어 받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한다.

문학은 좋아서 하는 것이지 노벨문학상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1958년에는 소련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 1890-1960)가 노벨문학상 수여를 거부했고, 1964년에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극작가인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1980)가 노벨문학상 수여를 거부해 신선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의 작가들이 노벨문학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다른 나라 작가들과 차별화된 걸출한 문학 작품을 많이 발표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면 노벨문학상 수상에 관계없이 전 세계 독자들이 다 한국문학에 매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