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 소리 영상 악보로 만든 호주동포
장구 소리 영상 악보로 만든 호주동포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10.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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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김, 고국서 '모션 그래픽 악보'로 첫 공연
▲ 장구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상 악보로 만들어 서울에서 공연을 펼치는 호주동포 데보라 김(여·25) 씨.

장구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상 악보로 만들어 서울에서 공연을 펼치는 호주동포가 있다.

주인공은 호주 시드니 음대 작곡과에 재학하는 데보라 김(여·25) 씨.

그는 6일부터 4일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한국전자음악협회 주최로 열리는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에서 '인식적 사운드 이미지'라는 작품을 발표한다.

김 씨는 이날 공연에 앞서 기자와 만나 "장구의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악보를 보면서 신명나는 울림을 들을 수 있게 '모션 그래픽 악보'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며 "이 악보로 만든 작품이 바로 '인식적 사운드 이미지'"라고 소개했다.

그는 "영상 악보를 보면서 장구 연주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고 소통하기가 더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의 작품은 오는 11월 10일 미국 시카고 루스벨트대 간츠홀에서 장구 연주가인 김소라 씨의 연주로 미국 무대에도 선보인다.

그가 장구에 관심을 둔 이유는 성장 배경과 관련 있다. 그는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하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호주에 이민했다.

"저는 늘 언어와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혼란스러웠어요.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학교에서 많이 울었어요.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에서 살고 싶었죠. 그럴 때마다 한국음악을 들으며 기분을 풀었고, 시드니 음대도 그래서 선택을 했어요. 음악도 언어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것을 통해 소통하기를 바랐죠."

그러나 여전히 적응하지 못해 귀국할 생각으로 고향에 왔을 때 우연히 장구를 만났다. 가슴을 후련하게 만드는 장구 소리에 끌려 3개월 동안 정신없이 장구를 두들겼다.

"이게 운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드니로 와서는 계속 장구만 쳤어요. 갑자기 머릿속에서 한국 전통이 무엇인지, 애국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고 장구를 통해 호주인들과 소통하는 길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저만의 언어를 만들자고 다짐했죠."

김 씨는 악보를 만들면서 사물놀이를 세계에 어떻게 알릴까도 고민했다. 미국 시카고의 글로벌 풍물학교 김병석 디렉터와 김소라 씨를 만나 대화하면서 '얼씨구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광복절에 전 세계에 사는 풍물인들이 악기를 갖고 거리에 나와 광복절을 기념하고, 한국의 소리와 문화를 알리는 프로젝트다.

한우리 사물놀이팀을 꾸린 그는 호주 공연을 맡았고, 김 디렉터와 김소라 씨는 미국 공연을 책임졌다. 이들과 뜻을 같이한 러시아 모스크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멕시코 멕시코시티, 일본 요코하마, 캐나다 오타와 등지의 사물놀이패도 같은 날 거리 공연을 펼쳤다.

한우리팀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과 하이드 파크, 큐비비백화점 등 3곳을 돌며 공연했다.

그는 "얼씨구 프로젝트는 광복절을 알리고 축하하는 공연이지만 기본 목표는 '세계 평화', '다문화가 한데 어울리는 세상'"이라며 "내년에는 더 많은 나라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호주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물놀이팀을 하나로 엮어 '얼씨구'를 외칠 계획이다. 또 호주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빛나는 코리아, 고마워요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주제로 호주 음악가들과의 합동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