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의 스카이라인 지켜야한다
천년고도 경주의 스카이라인 지켜야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4.09.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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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 아파트 들어설 용황지구 천년 유적 즐비
앞으로 천년 내다보는 시정 철학 정립 필요

경북 경주시가 사상 처음으로 도심에 25층 고층아파트 건설을 승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역사문화유적도시인 천년고도 경주의 스카이라인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주시는 최근 용강동과 황성동 일대 용황택지개발지구 6만7000㏊에 들어설 아파트의 층수 제한을 15층 이하에서 25층까지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초고층건물이 들어설 예정인 용황지구 주변에는 우리나라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역사문화유적들이 즐비하다.

바로 코앞에 국보 제39호인 나원리오층석탑과 진덕여왕릉, 탈해왕릉이 위치해있고 반경 2㎞ 안팎에는 천마총, 첨성대, 안압지 등이 보존돼 있다.

전문가들은 예정대로 25층짜리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스카이라인이 망가질 뿐 아니라 역사도시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주시는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2011년 개정돼 15층까지만 허용된 건축물의 층수제한이 폐지돼 고층아파트 건설승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20층 이하로 제한해 왔기 때문에 이번 완화 조치는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이례적인 조치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사택 확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한수원이 경주시내권에 확보하기로 한 사택은 모두 1000가구로 택지조성이 완료된 용황지구가 최적지라는 것이다.

경주시가 주민들 민원도 들어주면서 입주 공기업의 주택난도 해결해주는 ‘묘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는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를 적극 해소하기 위한 지역개발사업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수원 사택 확보와 주민민원해결 때문에 경주시는 지주조합에 대한 특혜시비 논란과 천년고도 경주의 스카이라인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라문화동호인회와 같은 향토문화지킴이들은 “시민편의도 중요하지만 경주는 그 어느 도시보다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야 할 곳”이라며 “용황지구는 소금강산과 인접한 왕경지구로 인접한 유적에 대한 특별한 보호대책이 요망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문화재 전문가들은 “경주는 사방이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유적이 산재해있기 때문에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면 경주가 역사문화의 고도가 아니라 다른 일반도시와 다를 바가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문화 유적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의 행정당국은 도시계획사업 시행에 앞서 각별한 역사인식을 필요로 한다.

일본의 대표적 문화유적 고도인 교토시의 경우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교토시는 역사도시를 보존.유지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도시계획 관련 법령에 예외 규정을 두고 대처함으로써 주요 유적지 주변에 고층빌딩이 들어서는 것을 철저하게 막고 있다.

교토시는 역사 가치관이 반영된 도시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건축 제한과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확고한 시정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는 지금이라도 주민 이해와 기업 입주자 편의라는 편의행정 사고에서 벗어나 천년 고도 경주의 천년 앞을 내다보는 큰 시각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