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아픈 사람들 치유한 교황방한
우리사회 아픈 사람들 치유한 교황방한
  • 신아일보
  • 승인 2014.08.17 1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황이 남긴 잠언, 보배로 묶어야
사회-정치적, 계층 간 갈등 풀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머물었던 8월 중순의 한반도는 설레임과 흥분, 그리고 평화와 화해, 사랑과 배려를 동시에 선사한 축복의 날들이었다.

수십만의 사람들이 종교와 이념에 상관없이 교황이 가는 곳마다 환호했고 눅눅했던 사람들의 마음에는 잠시나마 따스한 정이 흘러 넘쳤다.

종교는 시대를 반영하면서 고쳐 나가고 변혁해 나가야 한다. 이런 면에서 교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그것은 가톨릭을 믿는 신자들 뿐만 아니라 타종교인은 물론, 종교를 믿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

교황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특히 시복식 전 이들의 편지를 전달받은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나아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쌍용차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환경미화원, 장애인 등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으로 생채기가 난 이들을 초청하여 위로해 준 것은 우리 사회에 치유의 함의를 만들어 줬다.

정치권도 모처럼 조용히 자성하는 분위기였다. 여야는 온도차가 있지만 교황의 행보가 세월호 피해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치유가 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교황 방한이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을 풀어나갈 동력이 될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서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비록 북한이 명동 대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참석 요청을 거절하고 미사일까지 발사하면서 "하필이면 1년 열두달 소털같이 하도 많은 날 중에 굳이 골라 골라 최신 전술로켓 발사 날에 남조선 행각길에 부득부득 올랐는가"면서 애써 방한의 의미를 무시하려는 치졸함을 보였지만 마음 속으로는 교황이 던진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외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교황의 방한과 매스컴의 집중 보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한 종교 때문이 아니라 교황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때문이다. 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황 방한이 준 의의를 이런 비판보다 더 높이 평가 한다. 이번 방한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들에게 풍요로운 역사의 한 장이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기때문이다.

특히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는 순교자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정의와 자유, 인간에 대한 성찰을 되새기게 하기에 충분했다.

종교의 목적은 교황의 언급처럼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교황의 방한을 우리가 반기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존재하는 사회-정치적, 계층간 갈등을 풀어보고자 하는 마음때문 일 것이다. 교황이 우리사회에 남겨준 구슬 같은 잠언들을 잘 엮어 화합하고 단결하며 치유하고 보듬는 그런 보배로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