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공단 '땅장사' 될 말인가
산업단지공단 '땅장사' 될 말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14.07.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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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기업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기업 신뢰 저버리는 갑 행세 안 될 말

LG전자가 창원 국가산업단지 내 옛 공단전시장에 짓기로 한 R&D센터 조성사업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땅 주인인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LG전자에게 독점적 협상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6월 4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LG전자는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동남전시장 부지를 땅 소유주인 산단공으로부터 사들여 연구복합단지를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양 측은 당시 부동산 매매와 관련 예정가를 유찰금액인 301억원으로 정해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데 산단공은 지난 3월 창원 국가산단이 정부로부터 국비 지원을 받는 구조고도화 혁신사업에 선정되자 갑자기 돌변했다는 것이다.

산단공은 LG전자 단독으로 연구복합단지를 건립하지 말고 부지를 분할매각하자고 제시했다. LG는 거절했다. 구상한 연구복합단지 전체 개발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바꾼 산단공은 이때부터 LG를 괴롭혔다는 것이다. 산단공은 '1년 내 감정평가 평가액에 따라 매각금액을 결정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들어 땅값부터 크게 올렸다.

산단공은 지난달 16일 LG전자에 애초 유찰금액보다 100억원이나 많은 400억원의 매각 금액을 제시했다. R&D센터와 기숙사 건립 투자 이행 담보 등 까다로운 조건도 제시했다. 이 참에 대기업에 장사 하려던 산단공의 속셈이 드러난 것이다.

산단공이 팔려는 가격 399억원과 LG전자가 사겠다는 가격 301억원의 차이가 100억원가량 났다. LG전자는 결국 사업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기업의 생산과 연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도 시원찮을 산단공이 오히려 기업을 상대로 땅장사하려는 모양새를 보여 기업의 투자와 사기를 저하시킨 사례라고 지적받는 이유다.

기업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산단공의 이 같은 행태에 비난이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싶다.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은 14일 "국가기관인 산업단지공단이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실망스럽다"며 협약을 체결한 LG전자에 R&D센터 부지를 팔지 않으려는 산단공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산단공이 동남전시장을 LG전자에 팔겠다고 약속해놓고 부지를 새로 감정해 돈을 더 요구한 것은 참으로 부당한 일이라는 것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수백억원을 들여서라도 대기업 R&D센터를 유치해야 할 판에 100억원 때문에 R&D센터를 다른 곳으로 내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다급해진 경남도는 14일 LG전자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연구복합단지 건립사업 철회 의사를 밝히게 된 회사 측 배경설명 등을 들었다.

LG전자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 당한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지난 1년 6개월간 산단공과 창원시 간 업무 추진과정에서 겪었던 애로를 강력하게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단공은 갑이었고 기업은 을이었던 것이다. 을이었던 기업의 애로를 국가기관이 외면해 왔다는 이야기이다. 산단공이 갑의 권위로 기업에 군림해 왔다면,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한 것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한국산업공단의 설립 목적은 산업단지의 개발 및 관리와 기업체의 산업활동 지원이다.

그러나 LG전자는 산단공이 이번 사업추진 과정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안상수 시장의 "산업단지공단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렇잖아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에 있다. 기업체의 투자 분위기를 독려해야 할 국가기관이 도리어 기업의 투자에 까다로운 조건으로 달고 사기를 꺾어버린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오죽하면 해당기업이 사업철회 의사를 비쳤겠냐 싶다.

갑 노릇 하지 말고 을이 되는 산단공이 돼야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산단공은 LG의 "산단공과의 신뢰가 깨졌다"고 말한 의미를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