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누군가가 이미 정도전일 수도"
"우리사회 누군가가 이미 정도전일 수도"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06.2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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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앞둔 KBS 사극 ‘정도전’의 정현민 작가

▲ 정현민 작가
[신아일보=오규정 기자] 꺼져가던 정통사극의 불씨가 여말선초 정도전이라는 개혁가를 만나 다시 살아났다.

"정도전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일단 보기 시작하면 한 회라도 빼먹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KBS 1TV '정도전'은 인기를 끌었다.

오는 29일 50회로 종영하는 이 드라마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자라면 "가슴 한 켠에 불가능한 꿈을 하나쯤 품고 살아라"고 말한다. 그래야 변화가 오고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이면 안방극장 앞으로 중장년의 남성들이 개근하게 하고, 청춘이 점령한 인터넷 세상에서도 뜨거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정도전'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한 '신참' 정현민 작가(43, 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정 작가는 공고를 졸업한 후 공장에서 노동운동을 했고 대학 졸업 후 국회로 입성, 10년간 이경재·박인상 등 여야 의원 5명을 보좌하면서 노동정책 전문가를 꿈꾸던 그는 2009년 KBS극본공모에 '덜컥' 당선되면서 진로를 틀었다. 단막극을 몇편 쓴 후 KBS 아침드라마 '사랑아 사랑아'를 거쳐 만난 게 '정도전'이다.

"사실 이전까지는 언제든 보좌관으로 돌아갈 생각도 했다"며 웃은 정 작가는 "하지만 이번 정도전을 쓰면서 작가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고 본다. 드라마 작가로 이렇게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정도전에 대한 집필 제안을 받고 공부할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 아침드라마를 막 끝낸 직후였다. 제주도로 내려가 2주 정도 올레길을 걷고 또 걸으며 정도전을 만나기 위해 생각을 했다. 그 결과 드라마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지만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시청자는 현실에도 정도전 같은 인물이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으니 우리 사회 누군가가 이미 정도전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도 훌륭한 분들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런 분들을 찾아내야 한다. 정도전 같은 인물은 결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정 작가는 이 드라마를 정치적인 텍스트로만 보지 않기를 바란다. 일상에 대한 작은 반란을 통해 우리 나름의 일상을 극복하는 것도 정도전이 말하는 '불가능한 꿈을 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차기작 계획에 대해서는 정현민 작가는 "바로 다음 작품으로 정치사극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하지만 아무래도 정치적 색채가 가미된 작품들을 앞으로도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