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하고 참되게 거둬들이는 성금이라면 누가 뭐라겠나
청정하고 참되게 거둬들이는 성금이라면 누가 뭐라겠나
  • 주장환 순회특파원
  • 승인 2014.05.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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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주장환 순회특파원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유감 표시는 불신에 기인
‘투명한 방식 핫라인 모금’도 한 가지 방법

성금은 선의적 행위의 하나인 자선을 통해 이뤄진다. 자선은 불쌍한 사람을 보면 저절로 우러나는 겸덕의 마음에서 생겨난다. 최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성금을 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선은 오래 전부터 하나의 풍속으로 굳어져 왔다. 정월 대보름날에 그 해 신수가 불길한 사람이 액땜을 하기 위해 착한 일을 하는 풍속 역시 그 하나다. 이들은 다리가 없어 사람들이 다니기 불편한 개울을 택해 밤에 몰래 다리를 놓았다. 이때 놓는 다리는 일종의 징검다리라 할 수있는데 ‘노두(露頭)’라고 한다.

남원과 무주에서는 노두를 놓으면 불임녀가 아기를 낳게 된다는 속설이 있으며 어떤 지방에서는 노두를 놓을 때 돈을 함께 놓아두기도 한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마을의 누군가가 주워 가면 이 역시 일종의 자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두형 자선은 험하고 비탈진 길을 넓혀 주거나 가파른 길을 깎아 평탄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큰 돌이나 방해물이 있으면 치워 주는 것도 있다.

불가에서 자선(보시)의 분류방법은 나누는 사람에 따라 다르나 통상, 재시(財施), 법시(法施), 무외시(無畏施), 삼시(三施)로 나눈다.

첫째, 재시는 누구든지 얻으려는 사람이 있으면 능력에 따라서 재물을 베풀고, 인색하거나 탐욕을 버려 상대가 기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둘째, 법시는 사람이 진리를 구하러 올 경우, 아는 대로 좋은 방편을 써서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이는 명예나 이득이나 존경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상대방의 구제를 염원하는 것이다.

셋째, 무외시는 어떤 사람이 재액을 당해 공포와 위험 앞에 놓여 있을 때 그 어려움을 대신 감당하고 그 사람을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 평화로움을 깃들게 하고 안전을 베풀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삼시는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음식시(飮食施), 가난한 이에게 재물을 주는 진보시(珍寶施), 정법 수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신명시(身命施)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보시하는 사람, 보시받는 사람, 보시하는 물건이라고 하는 3가지 상(三輪相)이 없어야 한다. 이 삼륜의 상을 마음에 두는 것을 ‘유상보시(有相布施)’라고 하는데 이는 참다운 보시가 아니다.

삼륜상을 없애고 무심(無心)으로 청정하고 참되게 하는 보시를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고 하여 진정성 있는 보시로 여긴다.

이것은 ‘내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베풀었다’라는 자만심 없이 자비로운 마음으로 온전하게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남에게 자선을 베풀 때, 뭔가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도 마음을 닦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튼 자선은 널리 베풀어 이웃과 함께(공동으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가는데 그 참다운 정신이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사조직이나 시민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금 모금은 유가족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성금 모금 운동이 ‘이쯤에서 사고를 마무리 짓고 여론을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다 ‘유족이 국민 성금을 받으면 의사자 지정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일각의 주장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는 물론 모금 주체자들도 믿지 못하겠다는 뿌리 깊은 불신에 기인한다.

그간 저명 단체에서 조차 성금의 운영이 투명하지 못해 손가락질을 받았다. 또 유가족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거나 단체에서 쌈짓돈처럼 유용하는 일도 빈번했다. 일부 단체들은 여전히 남의 불행을 이용하여 돈벌이 하는 후한무치한 행태를 서슴치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남의 불행을 진정 가슴 아파하며 도우려는 사람들도 많다. 도움의 순서나 시기가 문제될 수는 없다. 일부 주장이 얼핏 그렇듯 해보이기는 하지만 문제점이란 만들면 나오는 것이다. 진정성을 가려내는 일이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고 보니 유가족 대책위원회의 주장처럼 ‘투명한 방식으로 핫라인을 구성해 모금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다.

주장환 순회특파원 jangwhan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