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총리 사퇴라니 제정신인가
이 와중에 총리 사퇴라니 제정신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14.04.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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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면 전환용 ‘책임 회피’로 비쳐선 안돼
대통령이 국가개조 수준의 결단 내려야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 12일째인 어제 전격적으로 사의표명을 하면서 사퇴시기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의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게 되면 임명절차와 국회청문회 등을 감안할 때 국무총리 공백 상태가 한 달 안팎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아직도 114명의 실종자가 차가운 바닷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각 부처를 총괄 지휘해야 할 국무총리가 장기간 공백으로 있다면 사태 수습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먼저 나왔다.

"이 상황에 총리가 사퇴해서 어쩌겠다는 거냐. 잘했든 못했든 이처럼 큰 사고가 났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잘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 아니냐, 너무 무책임한 처사다."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보내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구조 본부의 사령탑인 국무총리가 지휘봉을 놓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정홍원 총리는"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때에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하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면서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사태의 책임자로서 사퇴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총리의 사퇴가 피해 가족과 국민의 슬픔을 덜어주는데 얼마만큼 도움이 될 것인지, 사퇴시기를 두고 더 심사숙고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총리의 사퇴가 자칫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나온 것이라면 국민을 또 한 번 절망으로 몰아넣는 무책임한 행태로 비칠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의 상처는 정부가 최선을 다해 사고에 대처하고 진정성을 보여줄때 치유될 수 있는 것이지 총리나 장관이 사퇴 수습과정에서 물러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공직 사회의 무책임, 무능, 복지부동등 당국의 총체적 난맥상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 절망과 분노로 분출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박대통령이 제3자적 위치에서 정부와 공무원을 강하게 질책하는 것을 보면서 착잡한 심경을 감출수가 없다.

대통령이 공무원의 최종 책임자라는 사실과 대통령과 무능 정부, 불신 받는 공무원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박대통령이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성난 민심을 잠재우고 새 출발을 도모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인적쇄신과 국가개조 수준의 대대적인 혁파가 요구된다.

인적쇄신과 개혁은 국가 위기때마다 역대 정권이 국면전환용으로 자주 사용해 온 어휘들이지만 국가개조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원대하고 미래지향적인 아젠다이다.

정부의 총체적 난맥상은 어느 한 분야만 뜯어 고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을 확 바꾸기 위해선 국가개조라는 범국민적 쇄신운동이 일어나야 가능하다.

이 난국의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위기의 시점에 국가개조 의미에 맞는 비장함을 갖고 있는가, 그럴 각오와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 다행히 그 같은 의지를 갖고 있다면 획기적인 발상전환에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나라를 새로 세운다는 각오가 돼있다면 국가개조의 대열에 야당 등 철학이 다른 정치세력, 모든 시민 사회 세력에 손을 내밀어 동행의 길로 가야한다.

총리사퇴나 내각사퇴 정도가 아니라 이 사회의 큰 암덩어리인 '관피아'(관료+마피아)를 깨는 실질적 개조가 요구된다.

'관피아'를 비롯한 잘못된 국가권력·사회적 시스템과 낙후된 국민의식과도 맞서 싸워내야 한다.

철학이 다른 대칭세력을 압박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바꿔 그들과 소통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는 통합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지금처럼 공복(公僕)을 불신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가의 지속가능성까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나라를 올바르게 곧추 세우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부를 구축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발상전환과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