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 풍속도첩에 나오는 매 맞는 학동(學童)은 왕따 였다?
단원 김홍도 풍속도첩에 나오는 매 맞는 학동(學童)은 왕따 였다?
  • 신아일보
  • 승인 2014.04.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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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진 경북 고령경찰서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에 ‘서당’이란 그림(사진)이 있다. 18세기 글방의 훈장과 학동(學童) 묘사가 빼 어난 걸작이다. 아이는 훈장한테 회초리를 맞아 눈을 내리깔고 서러움에 복받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등을 돌린채 바지대님을 만지작거린다. 책상너머 아이의 등판을 물끄러미 내려 보는 훈장의 표정에도 놀라면서도 수심이 가득하다. 귀여운 제자의 여린 종아리에 회초리를 댔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아마 천자문을 외우지 못했던 모양인 것 같다. 그의 뒤편엔 읽다만 책이 떨어져 있다. 요즘 학교체벌을 찬성하는 이들은 이 그림을 들며 ‘사랑의 매’는 교육에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림처럼 아무리 자애로운 훈장이라도 어쩔 수없이 회초리를 들어야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 드는 회초리야말로 정녕 사랑의 매이며 그걸 맞은 아이는 바짝 정신 차려 학업에 몰두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림엔 또 다른 아이들이 있다. 훈장 앞 왼쪽에 다섯 명, 오른쪽에 세 명이다. 회초리를 맞고 우는 아이는 이 여덟 아이들 가운데에 있다. 그런데 이 아이들 표정이 웃긴다. 마냥 고소해하는 것 같아 보이며 벌써 웃음을 터뜨렸거나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아이도 있다. 친구가 매를 맞고 서럽게 우는데 좋아 어쩔줄 모르고 신이 나서 웃다니? 그러고 보니 맞은 아이는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받는 모양이다. 요즘 말로 ‘왕따’인 것 같다.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은 역사가 오래 됐다. 18세기 서당에도 있었으니 50년 전이라고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이 사회문제로 본격 대두된 것은 80년대에 들어오면서였다.

86년 일본에서 ‘이지메’(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을 폭행하고 괴롭히는 행위. 집단으로 한 학생을 찍어 괴롭힌다.) 희생자인 중학생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국내에서도 학교폭력 실태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일본의 이지메 탓에 학교 따돌림이 재조명됐지만 사실 사건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었다.

82년 서울의 한 여중생이 급우들의 따돌림과 협박에 못 견뎌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K양은 전해 크리스마스에 동급생 몇 명이 남학생과 어울려 술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는 얘기를 들었다. 담임선생에게 몰래 그 사실을 알렸는데 담임이 문제아들을 불러 추궁하던 중 K양의 이름을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문제아들은 개학하자마자 K양을 협박하면서 반 아이들에게도 “고자질쟁이와는 말도 하지 말라”고 윽박질러 왕따를 시켰다. 어떤 때는 K양에게 전화를 걸어놓고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끊는 경우도 있었다. 자살하기 전 K양은 학교에서 울며 돌아온 날이 많았다. 따돌림과 협박에 심한 압박감을 느끼다 결국 “나는 죽을 몸이다. 이제 그 계획을 시도하는 것뿐”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이 얘기는 오래전의 역사적 사실이지만 우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것이 있다. 그것은 학생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심과 대처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 범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오늘날의 학교폭력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학교폭력근절을 위해 관심와 애정을 갖는다면 학교폭력 없는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이며 우리 아이들은 마냥 행복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