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참사 ‘안전 대한민국’ 헛 구호였나
여객선 참사 ‘안전 대한민국’ 헛 구호였나
  • 신아일보
  • 승인 2014.04.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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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초기대응 허점투성이
구조대책등 전면 재점검해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이 들뜬 마음으로 배에 올랐지만 그 설레임은 하루도 채 안돼 악몽으로 변했다.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됐다. 아직까지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2월 18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가 열리던 중 체육관 건물이 무너져 학생 9명 등 10명이 숨진 대참사의 악몽이 채 가시기전에 일어난 사고여서 충격이 더 크다. 그 동안 정부가 외쳐왔던’안전 대한민국’이 헛 구호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진도 여객선 침몰은 짙은 안개를 무시한 무리한 운항과 운항시간을 줄이려고 항로를 변경한 것이 주 요인이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사고로 볼 수 있다.

또 사고발생 후 구조 신고도 배를 운항하는 승무원이 아닌 배에 타고 있던 학생이 학부모에게 “배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고 첫 구조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선박의 신고와 학교 등의 대응이 빨랐더라면 구조작업이 좀 더 일찍 이뤄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직후 대응에서도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봐야 한다. 생존자들의 전언으로는 배가 기울어지는 동안 자리에 가만 있으라는 방송이 나왔고 긴급 상황 시 펼쳐져야 할 구명벌(구조용 보트)도 1개밖에 펴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시 선장과 승무원들이 비상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분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경 등의 초기 대응에도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따질 일이다.

특히, 대형 재난사고가 일어났을 때 수습대책을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안일 대처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 침몰사고 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368명이 구조됐다”고 밝혀 사고 승객 가족들의 분통을 터뜨렸다.

수색구조를 주관하는 해양경찰청보다 200명이나 많은 구조자 숫자를 발표하는 등 하루종일 혼선을 빚으며 중대본의 무능과 기관 간 부조화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고에 대한 대응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만도 하다.

이처럼 부처간 손발도 안 맞는 상황에서 중대본이 사고수습을 제대로 한 게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 처음부터 사고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구조와 수색 등을 지휘했어야 하지만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섣불리 구조를 낙관하다 오히려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부분 승객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사고가 났고 배가 침몰하기까지 시간이 꽤 있었다는 점에서 제대로 대처만 했어도 훨씬 많은 인원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대형 선박재난사고 발생시 정부의 대응 매뉴얼도 이원화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조난사고의 인명피해구조에 관련 매뉴얼을, 해양수산부는 사고발생시 사고본부 설치 관련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이러서야 어찌 일사분란하게 구조 활동을 펼칠 수가 있겠는가.

안전사고시 대응 메뉴얼의 전면적 재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참사가 재발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번과 같은 후진국형 사고로 국민의 생명을 잃는 일은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