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정치인을 바라보는 2014년 4월의 민초들
귀족 정치인을 바라보는 2014년 4월의 민초들
  • 신아일보
  • 승인 2014.04.08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종암 시사평론가

▲ 정종암 시사평론가
한번 엎어진 패자는 부활할 수 없는 사회구조에서 허우적거리는 필자 동년배, 그리고 민초들의 항변을 테마별로 보자. 그것도 필자와 생활하면서 현자(賢者)의 경지에 오른 애견(愛犬)이 훈수를 놓는다.

"오늘이 '예비군 날'이라? 내가 초등학교 때 해병출신인 울 아버지 "내가 사선을 넘나들었는데 예비군까지 하라고? 나는 조국에 초과 충성했으니 관 둬!" 그 깡이 되살아 나셨는지 역발산 같은 기세였다. 아마 트라우마(trauma)이었던 것 같다.

조실부모한 아버지는 일제 때 조부께서 만세 불렀던 무명천 태극기를 흔들며 "살아서 돌아오라"는 또 다른 주민들의 환송을 뒤로한 채 전장에 가셨다. 또 내가 입영 전일 "내 아들 때는 군에 안 보낼 줄 알았다"면서 섭섭해 하셨지만 35세까지 예비군으로서 종료됐다. 또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 군에 갑니다"고 큰절을 하자 "저 놈들 또 침략하겠냐? 몸 성히 다녀오게" 손자는 연평도 포격전일 때 대학병원 수술권유를 받고도 눈보라를 헤치며 갔다. 그러나 청년실업자인 예비군이다. "변변치 않은 수입에 요놈들 때문에 골머리 앓는 베이비부머들이 내 뿐일까?"고 SNS에 적었다.

이에 현자는 답한다. "총도 안 쏴 본 인간들이 이념논쟁으로 국론분열에 앞장서거나, 자기 새끼 군에 안 보내려는 꼼수에도 의기양양하게 권자에 있는 중장년 남녀들은 양심에 새털이라도 났는가? 내 같으면 그 권자에서 물러나 숨은 인재를 발굴해 동년배 백수에게 맡기겠다. 그런데 요새는 인재가 없는 것인지, 발굴은 뒷전인 채 자기들끼리 자리를 승계하면서 다 해 먹지? 그래서 시중에는 윤창중만 다른 자리로 옮기면 다 된다고 하지?"

중국에 팔려가는 북한 땅을 보면 속이 쓰리는 실정임에도 갈등만 부추길 뿐, 진정한 애국자는 없다. 그리고 막말이나 해대는 귀족정치꾼들의 권력세습화에 병든다. 북한 무인기가 헤집고 다니는 판에도 그들의 "너나 잘해"란 막말은 선술집 안줏거리로 변했다. "너들이나 잘해"다. 그에다 대변인은 한술 더 떴다. 상대 수장에게 '하룻강아지'라고. 이에 안주가 두 쟁반 채 나온다. 그래도 적장에 대한 예우가 있는 법이다. "야당당수를 까뭉갰으면 국민은 더 하룻강아지겠네"라는 조롱이다.

막말 대변인 또한 그 배지가 말을 대변할 뿐, 문언(文言)에 충실해야 할 대변인으로서는 자질이 없는 함량미달이다. 쓰레기 집하장에서 주워온 언어 아니고도 얼마든지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문언이 나오거늘, 인재가 그렇게도 없냐? 귀족정치에 기댄 결과에 의한 개똥이거나 난전에 나도는 순대보다 못한 꼴이다.

시민단체와 정당에서 그 직을 수행해 보았으니 잘 논했다면서 현자는 다시 답한다. 고구려 양만춘, 삼국지의 사마의, 미국 링컨을 든다. 양만춘은 "잘 가시오. 당 황제시여! 옥체를 상하심은 전쟁의 소치이지, 소장의 사감은 아니었소이다. 모든 걸 잊으시고, 먼 길 조심해 가시오." 이에 패장 당 태종은 "성주는 훌륭한 분이시오. 그대의 용맹은 길이 전해질 것이며, 앞으로도 그대 왕에게 충성을 다해 꽃다운 이름을 보존하시오."라고 화답 후 비단 100필과 함께 덕담까지 건넸다. 제갈량의 죽음을 안 진나라 선조 사마의도 "내 마음의 영원한 친구여! 부디 극락왕생하시게"라고 했거늘. 그리고 링컨은 적장 Lee장군이 항복 시 수하였던 Grant에게 "가능한 최대한의 예우와 존경을 표하라"고 했었다.

껄껄 웃으며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대사 한 토막도 곁들인다. 끝내 무릎을 꿇은 최영에게 포박하려는 부하들을 제치고 이성계는 같이 무릎을 꿇으면서 "옥에 가두는 것은 내 죄다. 최대한 예우를 갖추라" 명한다고. 그런데 동족 간 상생은 어데 보냈는가? 여의도 쓰레기 집하장에는 분리수거기가 없냐? 똑같은 함량미달이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재개발조합 회의보다 못한 그대들만 잘하면 대한민국이 산다.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고학년용 교과서에 실릴 '독도가 자기 땅'이란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그들의 고유 영토이며, 도리어 우리가 불법으로 점거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까지 아베의 군사강국화에 동조함으로써 우경화와 맞물린 일본의 재무장 행보로 동아시아 정세가 더욱 불안하기 그지없는 때이다. 윤종로 '원수의 꽃' 사쿠라에 취했는가? 귀족정치꾼들은 각성하고, 권력세습화의 끈을 놓고 상생의 길로 가면서 민생부터 챙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