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영화…꿈인지 생시인지"
"19년 만에 영화…꿈인지 생시인지"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4.04.06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시선'으로 다시 메가폰 잡은 이장호 감독
▲ 이장호 감독

데뷔한 지 40주년이 된 이장호 감독<사진>이 신작 '시선'을 들고 다시 영화계로 복귀했다. '천재선언'(1995) 이후 19년 만이다.

'별들의 고향'을 비롯해 '바보 선언'(1983),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등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이 발표한 한국영화 100선 중 '톱 10'에 3편이나 올릴 정도로 이장호는 1970~8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이었다.

그러나 인생사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이장호 감독은 "지난 27년 동안 내리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했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4일 서울 충무로 시네마서비스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다. 영화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별들의 고향'이 4월에 개봉했어요. '시선'도 4월에 개봉하는군요. 그동안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잘 안됐어요. '공포의 외인구단' 이후 만들거나 제작한 영화들이 다 흥행이 되지 않았죠. 연출을 하려고 해도 기회가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영화 연출에 대해 갈증을 느꼈었죠. 이렇게 영화를 완성하고 관객에게 선보이는 게 너무나 기쁜데 한편으로는 어리둥절하기도 해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시선'은 이장호 감독이 만든 20번째 영화다. 그는 "내 인생의 내리막길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훈련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연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시선'은 이슬람 국가로 선교를 떠난 기독교 선교단이 무장단체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순교와 배교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약한 마음을 섬세하게 그렸다. 엔도 슈사쿠의 장편 소설 '침묵'을 모티브로 했다. 영화는 캄보디아에서 촬영됐다.

"저는 한 번 갔던 길은 잘 가지 않는 습성이 있어요. 어제 갔던 골목을 가지 않고, 오늘은 새로운 길을 찾아서 걷죠.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느껴요. 아이들이 놀던 골목의 흔적, 집에서 흘러나오는 된장찌개 냄새, 그런 새로운 걸 즐길 줄 알았던 것 같아요."

50년 가까이 영화계에 몸담았지만, 그는 여전한 현역이고, "노인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도 남다르다. 베트남 보트피플을 구해준 한 선장의 이야기를 담은 '96.5'라는 신작도 준비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꿈' 같은 동심 어린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어린 시절, 동네에 유리조각들이 많았어요. 빨간 유리를 통해서 보면 빨간 세상, 파란 유리를 통해서 보면 파란 세상이었죠. 아버지가 영화 검열관이어서 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영화를 보며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그런 추억들이 제 성장에 기초가 됐죠. 그런 동심에서 뭔가 얻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 동심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