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간 구금은 사자(死者)의 '49제'인가?
49일간 구금은 사자(死者)의 '49제'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14.03.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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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암 시사평론가
▲ 정종암 시사평론가

남녘에는 산수유와 매화가 만발한 봄이다. 수도 서울에서는 앙금이 가시지 않은 '원수의 꽃'이자 아베가 반기는 사쿠라(벚꽃)가 언제 만개할 것인지 한 달 전부터 점치는 무개념의 사회가 우스꽝스럽다.

이러한 때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에 대해 TV로 생중계되는 속에서 맞장토론을 주재했다. 항간에서의 '불통'이란 조롱을 없애는데 일조를 한 것 같기에 일단은 박수를 보낸다. '박통 만세'라고 말이다.

먹튀('먹고 튀다'의 준말) 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의 일당 5억 원과 일용근로자의 일당이 10만원에도 못 미침에 비교되는 게 수치개념에 약한 필자를 슬프게 하는 '봄이 아닌 봄'이다.

자, 그러면 산수 실력을 빌려보자. 일반 민초들의 몸값 약 1만 배에, 일용근로자 일당 5천 배쯤 되나? 벌금 미납액 249억 원 대신 구치소에서 하루 5억 원짜리는 천하에 제일 센 몸값치고는 너무나도 형평성을 잃었다.

49일! '사자(死者) 49제'가 아닌 '49일간의 노역'이 시작되었다. 경제적 사정으로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노역장 유치 시 환산하는 금액을 법관 재량으로 결정된 것이다.

현 형법에는 하루 노역장 환산 금액에 대한 규정은 없으며, 노역장 유치기간만 3년 이하로 규정돼 있을 뿐이다. 2008년 탈세 등의 혐의로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노역장 하루 유치 환산금 1억1천만 원의 5배 가까운 액수다. 이러한 '봐주기 판결'로 대한민국의 민초들을 혼절하게 만든다.

청와대 규제개혁 맞장토론 1주전에 아고라(agora)에는 일당 10만원도 채 안 되는 일용근로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박대통령께.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법이란 악법폐지를 바랍니다. 건설현장에는 용역회사를 통한 일용근로자들로, 그날 상황에 따라 현장 배치는 수시로 변합니다. 그런데도 이 법의 요지는 '1.교육을 시킬 의무는 일용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있으며 2.교육에 따른 제반 비용은 국가와 사업주가 분담하고 3.이를 위반하고 일용근로자를 고용 시 사업주는 근로자 1인당 5만원의 벌금을 부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일용근로자는 불특정 다수의 사업주에게 고용되는데도, 현실을 무시하고 사업주라고만 규정하는 바, 사업주 어느 누구도 교육의무와 비용을 희생하지 않기에 사회적 약자에게 떠 넘기고 있습니다. 사업주는 교육이수자만 현장파견을 원하고 거래처를 놓치기 싫은 용역회사는 근로자들에게 각자 자부담으로 교육이수를 강요합니다. 교육비는 1인당 3~4만원으로 조만간 오른다고 하며, 이를 위해 하루 일당도 포기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하루하루 몸을 팔아 노예처럼 살아가는 최하위 빈민층에게 복지혜택은 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착취하는 이 법의 수혜자는 누구란 말입니까? 수혜자는 교육비 명목으로 국가예산과 수백만 근로자를 착취하는 일당들로, 이 법이 제정되게 로비한 자들과 제정자들이 이 법의 수혜자들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이 법을 조속히 철폐하시길 바랍니다."

민생은 현장에 있다. 고질적인 탁상행정을 질타하는 모범 사례다. 앙상한 몸꼴의 최하층민의 피를 빨아 기생하는 행태와 불공정을 보라. 이들은 근로기간이나 장소가 불규칙하고 수입도 매우 불안정하다. 이러한 일거리조차 매일 없는 일용근로자 속에는 노숙인도 있다. 한번 엎어지면 다시 재기할 수 없는 한국적 사회구조에서 안간힘을 다한다. 이러한 이가 15600원을 훔쳤다고 징역 1년 6월에서 3년을 선고 받는 현실이다.

필자의 애견이 묻는다. "아~빠! 신이 내린 저러한 영감들은 저승의 안내자 헤르메스(Hermes)에게 부탁해 당장이라도 지옥행에, 힘없는 노숙자나 일용근로자 아저씨는 온갖 핍박만 받았으니 호메로스(Homers)의 대서사시의 운율 속에 영생 하겠지?"

이에 필자는 답한다. "미물인줄 알았건만, 현자에 가깝구나. 그래, 청와대나 각급 장관 나리들은 군에 안 보내려고 이중국적자 새끼도 많다. 저러한 야누스들이 아빠 같은 선량한 민초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꼴값들이다" 애견은 한마디 더 던지면서 피골이 상접한 필자의 사정을 알고는 쑥을 뜯으려 간다.

"할머니께서 박근혜가 대통령 되길 얼마나 기원 했노?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부르짖던 박통께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 한다"고.

/정종암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