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원 노역’이 사회정의인가
‘일당 5억원 노역’이 사회정의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14.03.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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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봐주는 불공정 판결로 서민들 분노
정의가 바로 세워지도록 사법부 각성해야

법 앞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그렇지 않다는 판결이 이번에 나왔다,

교도소 노역 일당이 무려 5억원이다. 249억원의 죗값을 교도소 노역으로 치르게 된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 이야기다.

그는 벌금 249억원을 내지 않고 해외로 도주해 호화생활을 누렸지만, 돈이 없다며 노역형을 택했다.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최대 3년까지 벌금형에 대한 노역을 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명백한 재벌 봐주기임이 분명하다. 법 앞에서 불공평함을 보여준 판결이 아니고 무었인가.

사회정의 수호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이 이번에 내린 판결은 사법의 잣대가 어디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벌금 200만원만 내지 못해도 일당 5만원 쳐서 40일 감옥 생활을 해야 하는 게 일반인들 처지이다. 벌금을 못 내 노역을 택하는 사람들이 이미 4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노역 일당 5만원과 5억원은 엄청난 차이다.

허 전 회장이 벌금 249억원 대신 일당 5만원짜리 노역에 처해졌다면 49만 8000일, 햇수로는 약 1364년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하루 5억원의 노역으로 49일만 일하면 벌금 249억 원을 탕감받게 됐다. 이번 판결을 보고 돈 없고 힘없는 서민이 느껴야 할 허탈감과 위화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허 전 회장에게 '일당 5억 원'짜리 노역으로 때우도록 판결을 한 재판부는 전형적인 '재벌 특혜'라는 사회의 비판을 받아도 유구무언일 것이다.

한 진보단체는 허 전 회장에게 1일 노역의 대가로 무려 5억 원을 산정한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한 재벌 특혜 판결이라며 법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사회 현상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부당한 판결을 철회하고, 허 전 회장에게도 일당 5만 원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는 과거에 무슨 일을 했건 일당은 그 노역이 창출하는 가치에 따라 산정돼야 한다며 똑같은 두부와 쇼핑백을 만드는 데 다른 노역자들은 일당 5만 원을 받고, 허 전 회장은 일당 5억 원을 받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맞는 말이다.

허 전 회장에 대한 이번 판결은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거스르는 중대한 사안이다. 또 사법부 못지않게 허 전 회장을 수사한 검찰도 '봐주기 구형'과 상소 포기로 '일당 5억 원짜리 노역' 판결에 힘을 보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수백억 벌금 대신 49일간 노역만 하면 탕감된다는 식의 법원의 재벌 봐주기 행태에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횡령과 탈세는 중범죄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허 전 회장은 508억 원의 세금 포탈을 지시하고 100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254억 원을 확정받았다. 그는 벌금 249억 원을 내지 않아 2012년 3월부터 수배됐지만, 뉴질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며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공분을 샀다.

같은 벌금형을 받아도 일반 국민은 1364년, '먹튀' 회장은 49일, 만 배가 넘는 차이다.

어떤 기준으로 만 배 차이가 나도록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대표적인 비정상이며 불공정 판결 아닌가.

사회 정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여야 할 재판부에 대한 실망이 크다. 사법정의가 바로 세워져야 한다. 재벌 봐주기식 판결에 대한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