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적 박사 1호’ 김석균 해경청장
국내 ‘해적 박사 1호’ 김석균 해경청장
  • 고윤정 기자
  • 승인 2014.03.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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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해적역사 정리 '바다와 해적' 출간
▲ '바다와 해적'의 저자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해적 관련 논문으로 2004년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청장은 이 책에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해적 역사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신아일보=고윤정 기자] 국내 '해적박사 1호'로 통하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5천년 해적 역사를 정리한 책을 출간했다.

김 청장은 '바다와 해적'(출판사 오션&오션)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해적의 역사는 해양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며 '항해의 역사를 4천년 내지 5천년으로 추정한다면 해적 역사도 그만큼 오래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책에는 역사의 진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해적들이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등장한다.

로마대제국에 '손톱 밑 가시' 격이었던 지중해 해적, 유럽 전역에 공포를 안겼지만 관습과 예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바이킹, 국가로부터 적국의 상선을 약탈할 수 있는 면허를 받은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시절 해적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왜구가 역설적으로 조선 개국에 하나의 동력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성계가 고려 말 왜구를 토벌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기에 조선 건국도 가능했다는 추론도 제기된다.

그는 해적사회가 철저한 평등정신을 기반으로 운영됐고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한 최초의 글로벌 집단이라는 해석을 조명하면서도 해적을 낭만과 동경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적은 어디까지나 잔혹한 수법으로 약탈을 일삼고 고문을 서슴지 않은 무법자였고 현재 역시 해적행위는 '21세기의 재앙'이라고 불릴 정도로 폐해가 크다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김 청장은 책에서 해적 역사뿐 아니라 해적이 발호하게 된 정치·군사·경제·사회적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 해적문제의 성격을 규명하는 한편 해결방안까지 모색했다.

해적에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은 추천글에서 '해운과 해적의 역사를 시대·지역별로 분류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며 '해적에 관한 모든 의문점을 이 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청장은 2004년 '아시아 해적문제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아 '해적박사'로 통한다.

김 청장은 "해경청장직을 수행하며 책을 쓰기 쉽진 않았지만 주말과 출근 전 새벽 시간을 활용해 3년간 틈틈이 정리했다"며 "국민이 해양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관심을 높이도록 저술활동을 하는 것도 또 하나의 책무라고 생각하고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해적행위에 대한 엄정하고 실효적인 대응을 위해 해적처리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