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신설되면 아파트 값 떨어진다’ 는 기사를 읽고
‘지구대 신설되면 아파트 값 떨어진다’ 는 기사를 읽고
  • 신아일보
  • 승인 2014.03.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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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수 경위 충남 서산경찰서 형사팀장

▲ 강직수 서산경찰서 경위
얼마 전 신문에서 ‘집값 떨어진다고… 경찰지구대 오지 말라는 주민들’ 제하의 씁쓸한 기사를 읽었다.

서울수서경찰서 대치지구대는 1980년에 지은 건물이 비가 오면 물이 새고 지하철이 지나가는 진동을 느낄 만큼 노후 됐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건물 개.보수나 이전을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의 다른 아파트 국유지 후보지를 찾아내 이전을 추진했으나 이곳의 아파트 주민들도 마찬가지, 지구대 이전을 결사반대하며 플래카드와 홍보물을 붙이고 서명운동까지 벌였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지구대가 들어서면 범죄자가 수시로 들락거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순찰차가 주차돼 있어 교통까지 불편하다는 게 이유다. 또 취객들이 지구대를 오가는 모습도 아이들에게 악 영향을 미친다는 게 아파트 주민들의 어이없는 주장이다.

이런 주민들의 논리라면 파출소 근처 아파트는 모두 가격이 하락해야 하는데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지구대.파출소가 곁에 있어 범죄 억지력이 높아져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으면 했지 하락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질 못했다.

서울이라는 지역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억지논리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난 해 근무했던 6000세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서산 성연면의 서산테크노밸리도 커뮤니티 용지에 지구대 신설이 계획돼 있었고 주민들의 바람도 파출소 신설은 당연한 것으로 믿고 있었다.

오히려 파출소 근처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기존의 파출소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을 적극 반대하며 서명운동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경찰에게 보내는 신뢰와 커다란 믿음에 가슴 뭉클한 감동마저 느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을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치안 여건 속에서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법질서 확립을 위해 애쓰는 경찰관들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외면당하게 내버려둬선 안 될 것이다.

지구대가 들어서지도 못하게 한다면 우리 사회 치안은 유지될 수 없고 법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구대가 없는 주민들은 한 시도 안심하고 살 수 없는 불안한 치안상황에서 살아야만 할 것이다.

지구대.파출소는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치안의 최일선이다.

경찰이 하루라도 없다는 생각을 한 번 이라도 해 보았다면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대 때문에 주민들에게 작은 불편이라도 초래했다면 우리 경찰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정해야 옳다. 그렇지만 지구대 이전까지 반대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돈이 아닌 법질서를 지키는 경찰관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그런 세상에 사는 사람들과 살고 싶어진다. 오늘도 범인을 쫓거나 범죄예방을 위해 밤샘근무도 마다 않고 평온한 서산치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형사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범죄는 막아야 하지만 우리 동네에 지구대 신설은 안 된다는 사람들이 아닌, 지구대가 다소 시끄럽더라도 그런 작은 불편쯤은 인내해 주고 밤 늦은 시간 지구대를 지날 때마다 “수고가 많다”며 진심으로 우리 경찰을 격려하고 사랑해 주던 사람들이 오늘은 눈물 나도록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