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배워야할 담배정책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배워야할 담배정책
  • 신아일보
  • 승인 2014.03.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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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收보다 국민건강 지키는게 최우선
금연정책 '최하위'국가 불명예 벗어야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최근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현재 갑당 1.01 달러인 연방 담뱃세를 94센트 올리는 내용을 담아 눈길을 끈다.

담뱃세 인상률이 무려 93%에 달한다. 이 인상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담뱃값도 덩달아 오를 수 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에도 연방 담뱃세를 갑당 39센트에서 1.01달러로 대폭 올린 바 있다.

세금을 크게 올려서라도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연방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뉴욕시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담뱃값을 갑당 10.5달러(한화 약 1만2000원) 밑으로 내릴 수 없는 조례를 제정, 시행에 들어갔다.

담뱃값만 흡연자를 옥죄는 것이 아니다. 금연구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뉴욕시 정부는 2012년부터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법제화했다.

뉴저지주 금연법 개정안은 한걸음 더 나아가 담배는 물론 전자담배 등 연기유무를 떠나 거의 모든 흡연물질을 규제대상에 포함시켰다.

뉴질랜드 정부는 더 적극적이다.

뉴질랜드는 올해부터 매년 1월1일을 기해 담뱃세를 10%씩 인상함으로써 담배 한갑의 평균가격이 20뉴질랜드달러(약1만7000원)까지 끌어올려 2015년까지 흡연인구를 5%이하로 줄이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뉴질랜드 당국은 "담뱃값 인상이야말로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담뱃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 금연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횟수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담배가격은 10년전에는 한갑에 평균 8뉴질랜드달러 정도였으나 지금은 그 두배인 16뉴질랜드달러에 이르고 있다.

담뱃값이 인상된 만큼 금연자가 늘었다는 조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과 뉴질랜드 정부가 이처럼 '담배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흡연에 의한 사망자수가 급증하고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각국이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지난 한해동안 전세계적으로 1천500만명을 흡연자 그룹에서 탈퇴시킬수 있었다고 밝혔다.

남성 흡연율이 OECD국가 가운데 1위인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선 담뱃값이 OECD국가 중 가장 싸다.

단순 물가상승률 조차 반영되지 않고 있다.

흡연자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다. 결국 싼 담뱃값이 국민건강엔 나쁜 가격이 된 셈이다.

금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담뱃값의 경고 그림은 보이지도 않는다.

세계 60개국이 담뱃값에 반드시 경고 그림을 넣도록 의무화했지만 한국은 수년째 감감무소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각국의 금연정책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OECD국가 중 최하에 머물렀다.

80점 만점에 17점을 받았으니 금연정책이 아예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흡연율 1위, 금연정책 최하위라는 불명예와 책임으로부터 정부와 국회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더욱 한심하고 개탄스런것은 담배정책에 대한 정부의 기본인식이다.

지난달 건강보험공단이사회에서 담배회사를 상대로'흡연피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결했을때 참석이사 13명 중 2명이 반대했다.

소송에 반대한 2명의 이사가 바로 기획재정부 국장과 보건복지부 국장이었다.

지구상의 어느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피해배상소송을 내겠다는데 가로막고 나설수 있겠는가.

반대 이유가 세수때문이라면 그거야 말로 단견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담배소비가 줄어들 경우 줄어드는 진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세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국내외 연구결과가 입증해 주고 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복지확대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해야 하고 복지의 기본은 개인의 건강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개인이 건강하고 더 나가 나라가 건강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민보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건강보험공단 소송에 적극 협조해 담배회사가 흡연피해자에게 피해배상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불량식품 등 4대악 근절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박근혜 정부가 매년 국민 5만8000명을 죽이는 담배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비정상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