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기회의 나라를 만들자
공정한 기회의 나라를 만들자
  • 신아일보
  • 승인 2014.03.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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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 장태평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기회가 많은 나라가 좋은 나라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동남아 등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기회의 나라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회가 점차 협소해져 감을 느낀다. 나라발전을 저해할 요인이기에 신경이 쓰인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화되는 등 가난한 사람들에게 성공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벌어진 안현수 선수의 사례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안현수는 러시아국적으로 금메달을 땄다. 승리가 확정된 후 러시아국기를 흔들며 경기장을 도는 그의 모습을 온 국민이 착잡한 기분으로 지켜보았다. 그는 이어서 금메달 둘을 더 러시아에 안겨주어 러시아의 영웅이 되었고,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의 위업을 두 번 달성하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빙상체육계의 파벌싸움과 선수선발이 공정하지 못함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본인의 해명에 따라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어 다행이다.

필자는 이 문제를 좀 더 차분히 근본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다. 사실 최근 체육분야의 인적교류는 상당히 활발하다.

예를 들어 우리 축구선수들이 유럽에서 야구선수들이 미국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고, 또한 외국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앞서 가고 있는 태권도나 양궁의 경우에는 13개국에 27명의 한국인 코치들이 나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팀이 세계 대회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모습도 가끔 본다. 그래서 안현수가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뛰거나 귀화를 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문제는 안현수에게 억울함이 있다는 것이다.

우승을 하고 빙판에 머리를 오랫동안 맞대고 있는 모습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읽었다. 본인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좌절되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러 분야에서 이 선발과정이 공정하지 못한 면이 있다.

공정이란 ‘실력 있는’ 선수들을 선발해서 메달을 많이 딸 수 있는 선수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출신 지역이나 학교 등을 감안하여 골고루 선발하는 공평과는 다르다. 실력을 겨루는 분야에서는 공평한 기준이 아니라 공정한 기준이어야 한다. 파벌이나 인맥은 더 더우기 안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안현수가 제외된 선발과정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은 선발 시스템이다. 안 선수는 과거 각종 경기에서 41개의 메달을 땄고, 8년 전 동계 올림픽에서 3관왕이었다. 이번에도 3관왕에 오를 만큼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그런데 왜 선발되지 못했을까?

그는 당시 여러 이유로 선발기준에 충족되지 못했다. 그러나 기준이나 제도가 실체의 숨통을 조여서도 안된다. “실력은 있는데, 기준이 안 맞아서...” 탈락시키는 기준은 문제가 있다. 그런 제도는 죽은 제도이다.

안현수는 자기 자신을 끝까지 신뢰하고 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백방으로 찾아 꿈을 이루었다. 참으로 훌륭하다. 이런 길을 국내에서 찾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실력 있는 사람들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사회가 선진사회이다. 그리고 실패한 사람도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선진사회이다. 그런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안현수가 탈락된 것은 지도자들의 잘못이다. 정봉수 감독과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 마라톤과 축구를 중흥시키고, 기적을 이루게 한 것은 실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키운 그들의 능력에 있었다.

지도자는 선수들의 잠재성을 보고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후 끝까지 사랑으로 가르치고 다듬어서 큰 재목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지도자의 이런 능력과 사랑이 복잡한 기준보다 중요하다. 기준을 뛰어 넘어 안현수를 신뢰한 러시아 지도자들이 부럽기만 하다.

우리는 선수들의 표출된 개인 능력에 관심을 갖고 지도자와 시스템에는 등한하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이번 기회에 체육계 지도자들이 각성하여 후진 양성에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2의 안현수가 나오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실력 있는 후진들에게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좋은 사회적 모델로 여러 분야에 파급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가난하고 약한 자나 실패한 사람에게도 꿈을 이룰 수 있는 진정한 ‘기회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태평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