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서 식량자원화 꿈꾸는 조봉구씨
印尼서 식량자원화 꿈꾸는 조봉구씨
  • 송정섭 기자
  • 승인 2014.02.17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용과 사료용 카사바·옥수수 등 대량 재배
▲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적인 식량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 카사바와 옥수수 등 식량 자원개발에 정열을 쏟는 조봉구(52)씨. 조씨가 할마헤라섬에 있는 카사바와 옥수수 밭을 돌아보고 있다.

[신아일보=송정섭 기자]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적인 식량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 카사바와 옥수수 등 식량 자원개발에 정열을 쏟는 한국인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북말라꾸주 할마헤라(Halmahera) 섬에서 4년째 카사바와 옥수수 재배에 몰두중인 조봉구(52)씨.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도 무려 4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외딴 섬 할마헤라에서 조씨는 2011년부터 식용 카사바(열대지방서 나는 전분작물)와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 중이다.

할마헤라는 제주도의 2.5배 규모로 그는 16㏊에 카사바를, 200여㏊에는 옥수수밭을 조성하고 있다. 수년간의 시험재배 끝에 올해 본격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가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내디딘 때는 한국이 월드컵 분위기로 한층 들썩거렸던 2002년.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동아건설 엔지니어로 일하던 조씨는 "이상기후 등으로 식량난이 닥칠 수 있다"는 고향마을 형의 권유를 받고 회사를 나와 홀로 영농사업에 뛰어들었다.

조씨에게 조언을 한 이는 2003년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반(反)WTO 농민시위 현장에서 자결한 농민운동가 이경해(한농연 2기 회장)씨였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진출에 큰 힘이 됐던 이씨가 1년 만에 갑작스럽게 숨지면서 그에게는 시련이 닥쳤다.

이후 6년여간 슬라이웨시섬, 자와섬 등 장소를 6곳이나 전전하며 농사를 지었지만, 경험 부족과 현지 기후적응 실패 등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급기야는 손에 쥐고 있던 사업자금(7억원 가량)을 몽땅 날리고 말았다.

쓰디쓴 실패를 맛본 그에게는 그래도 '오뚝이'와 같은 뚝심이 있었다.

그간 아내의 야자숯 판매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온 그는 실패를 거울삼아 연구를 거듭했고, 그 결과 영농에 최적지라 할 수 있는 '할마헤라섬'을 찾아냈다.

그는 2009년 할마헤라 우타라지역과 농업개발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영농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마침 한국 업체로부터 투자금 10억원을 지원받아 '에코비즈 인도네시아'를 설립했고 카사바와 옥수수 생산시설도 갖춤으로써 사업기반을 다 질 수 있었다.

7∼8년간 거듭된 사업실패와 살인적인 열대지방의 폭염, 원주민과의 갈등 등 숱한 난관을 이겨내고 거둔 값진 결과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올해 처음 전북 무진장축협에 10억원어치의 '콘 사일리지(Corn Silage)'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러나 조씨에게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는"무엇보다 한국의 식량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그는 "한국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는 농민들이 인도네시아의 무궁무진한 영농사업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