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 관동군 731부대 한국인 희생자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김창권씨
[인터뷰] ‘일본 관동군 731부대 한국인 희생자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김창권씨
  • 주장환 취재국장
  • 승인 2014.01.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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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731부대 참여자들에 박사학위 니시야마 교수 ‘사회의학연구’서 폭로”
▲ 김창권 위원장이 731부대의 만행과 보상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인 희생자 보상법안 마련돼야”

[신아일보=주장환 기자] 일본 교토(京都)대가 생체실험으로 악명을 떨친 일본군 ‘731 부대’ 구성원들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한 사실이 최근 밝혀져 그 후안무치(厚顔無恥)에 전세계가 놀라고 있다. 니시야마 가쓰오(西山勝夫) 시가(滋賀)대 의대 명예교수는 2012년 ‘사회의학연구’라는 학술지에 실은 ‘731부대 관계자 등의 교토대학 의학부 박사 논문의 검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상기와 같은 놀라운 사실을 보고했다.

731부대의 만행은 ‘마루타’라는 내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32년 만주 하얼빈 근교에 세워진 731부대(정식명칭 관동군방역급수부본부)는 포로로 잡힌 한국인, 중국인 , 러시아인 등을 상대로 각종 세균실험과 독가스 실험 등을 자행했다.

731부대는 반인도적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과 관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998년부터 국내에서 731부대의 잔학상을 알리고 역사를 바로 잡자는 운동을 전개해 온 ‘일본 관동군 731부대 한국인 희생자 진상규명위원회’(김창권 위원장)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니시야마 가쓰오박사의 이번 논문은 일본이 극구 부인해 오던 증거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이런 느낌을 ‘고진감래(苦盡甘來)’ 라고 말하는가요? 그동안 일본이 꼼짝 못하는 증거자료를 찾으려고 중국 일본. 미국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고생을 다했습니다만 자료에 접근하기 조차 어려웠죠.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일본인 학자에게 선수를 빼앗긴 것 아닌가요?

-그렇죠. 한 방 먹었죠. 하지만 니시야마 가쓰오박사도 그간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일본은 자국의 학자라고 해서 자신들에게 해가 될 자료를 쉽게 내주지 않습니다.

▲일본과 중국 등을 수차례 다녀 오셨죠?

-그렇습니다. 하얼빈만 해도 10여 차례 다녀왔죠. 일본에는 살아있는 증인을 찾아다니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나이가 많고 돌아가신 분도 적지 않아 녹취나 동영상 촬영 등 증빙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중국에서는 731부대에 관심있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중국 침화일군 731 죄증진열관 김성민 관장이 대표적인 사람이죠.

▲김관장은 우리나라도 자주 방문하셨죠?

-네 거의 매년 오시다시피 하는데요. 지난해 10월에도 한중국제교류전 개막식에 참석했었어요. 독립기념관 특별기획전시실회에서 당시 731부대 실물자료와 사진자료 등을 공개했는데요. 우리가 못보던 자료가 많아 많은 국민들이 일본의 잔학상을 실감했습니다.

▲731부대 관련 영화도 만든다고 하시던데 잘 진행돼 가고 있나요?

-그게 그리 쉽지 않네요. 시나리오를 몇 번 쓰고 고치고 했습니다만 스케일이 커서 그런지 제작자가 나타나지 않아요. 몇 년 전에는 거의 성사될 뻔했다가 미뤄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요.

▲앞으로 할 일이 많으신텐데 뭐 작심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까?

-한국인희생자에 대한 보상 법안같은 것이 마련되야 하고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켜야 합니다. 아베 집권 이후 우익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어 걱정이 큽니다. 우리 젊은이들의 세상 보는 눈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애국애족, 나라사랑이 아니라 나라를 아끼고 보듬어야 할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죠. 이 자유와 번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루어졌는지 체험적으로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731부대 생체실험 이야기를 채집하고 있으며 관련 유물들을 상당히 확보하고 있다. 그는 유물들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알 수있다면서 조만간 유물 전시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싶다며 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