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 구태 못 벗은 국회
‘쪽지예산’ 구태 못 벗은 국회
  • 신아일보
  • 승인 2014.01.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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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의식 지역구 챙기기
재원의 효율적 분배 방해한 꼴

민생은 뒷전으로 한 채 지난 1년 내내 싸움만 하던 정치권이 새해 벽두부터 또다시 ‘쪽지예산’ 진흙탕 싸움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쪽지예산’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관련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을 회의 도중 쪽지로 밀어넣는 데서 나온 말로 스마트시대답게 올해는 모바일 메신저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쪽지예산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년에도 55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이 쪽지예산으로 늘어나 졸속 심사에 선심성 예산이라는 비난이 일었는데 올해 예산안에서도 구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는 10조원이 넘는 지역사업 예산이 포함됐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도로와 철도 건설 같은 선심성 예산을 늘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비 증액으로 ‘쪽지예산’ 논란을 촉발시켰던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청도의 국립산림교육센터 사업비 등으로 50여억원을 따냈고, 친박계 중진인 서청원 의원은 갈천∼가수 국가지원지방도 설계비 4억원 등의 예산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뒤지지 않았다. 서울 동작구에 지역구를 둔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노량진 수산시장 건립비로만 156억원을 챙겼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장흥∼광적 국지도 설계비 3억원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증액했다.

해당 의원들은 상임위에서부터 꾸준한 논의를 거친 예산이라고 변명했지만 특정 지역에 예산이 몰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일본과는 반대로 독도 관련 예산 감소와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 돌아갈 몫이 줄어든 건 지역구 예산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예산 편성은 한정된 재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으로 한해의 국가적 의사결정 가운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단순히 심의권만 가진 국회의원이 쪽지예산이라는 행각으로 재원의 효율적 분배를 방해한 꼴이다.

이처럼 쪽지예산 논란을 들러싸고 소란이 일었지만 정작 의원들은 연말연초 지지자들과 취재진에게 발송한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특별교부금 확보 실적을 자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예산의 바른 심의나 처리는 뒷전이고 자신의 지역구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의식으로 풀이된다.

물론 자기 지역구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을 따내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지역구 예산 따내기는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과정 절차를 거쳐 시비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 이번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비판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나라의 예산을 심의하면서 본인들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

이런 예산이 많이 통과될수록 나라에 정작 필요한 예산은 줄어들고 지자체 재정 부담이라는 부정적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설계비, 연구용역비, 타당성 심사비 등의 국회의원들의 전형적인 편법 예산운용인 이들 예산은 첫해 예산은 몇 억 원에 불과하지만 향후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연결되는 미끼로 활용되고 더 나가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추가적으로 들어갈 비용이 후속 예산으로 지원되지 않는다면 고스란히 해당 지자체 부채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14년 한 해는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은 고사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을 불편하고 짜증 나게 하는 구태는 벗어버리길 간곡히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