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라도 위안 받았다면 만족”
“한 사람이라도 위안 받았다면 만족”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3.11.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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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장애 극복후 ‘몸매불문 나 되기’캠페인 펴는 김민지씨

식이장애를 극복하고 아름다움의 의미를 재구성해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블로그를 운영하며 곳곳에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쪽지를 붙이고 다니는 이가 있어 화제다.
공중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울상을 지을 누군가에게 “쫄지 말아요! 당신, 충분히 섹시해요”라고, 성형외과 광고에 흔들리는 어떤 이에게 “V라인 이미 당신은 가지고 있어요. 웃으면 돼요. 스마일∼!”이라고 속삭인다.
지하철 역사 다이어트 광고판 위에 손 글씨로 쓴 이런 쪽지(포스트잇)가 붙어 있다. 김민지(23·사진)씨가 익살스럽게 건네는 말이다.
김씨는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미국의 ‘오퍼레이션 뷰티풀(Operation Beautiful)’ 캠페인을 본떠 지난 2월부터 이런 쪽지를 곳곳에 붙이고 다닌다.
“한 사람이라도 위안을 받았다면 만족해요. 나를 미워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광고와 감시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위로를 건네는 거죠.”
쪽지 아래쪽에는 ‘몸매 불문 나 되기’란 제목의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주소가 적혀 있다. 9년간의 식이장애를 극복하고 아름다움의 의미를 재구성해 가는 김씨의 고백이 담긴 곳이다.
어릴 적부터 식욕이 왕성하고 통통한 편이었다는 그는 미국에서 유학했던 고교 시절 우울증과 식이장애, 공황장애로 고통받았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무리해서 떠난 유학 기간 김씨는 지독한 외로움, 경제적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고 한다.
김씨는 “어려운 사정에 부모님의 도움으로 유학한다는 죄책감과 스스로 완벽해야 한다는 주문에 시달렸다”며 “음식이나 몸을 통제하면서 불만을 잊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결국, 그는 대학 진학 후 식이장애로 각종 합병증이 생겨 학교를 그만두고 5개월간 집중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귀국해 지난해 이화여대 국제학부에 입학했다.
옛 기억을 떠올리는 눈에 잠시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부끄러운 부분이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내가 아픈 만큼 다른 누군가도 아플 테니까…. 혼자 앓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 도움을 요청하면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거죠.”
초기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블로그 소갯글을 올렸다가 광고로 오해받아 강제 퇴장당하는 ‘굴욕’도 겪었다. 지금은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을 때는 하루에 200명이 넘는다. 비밀댓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이들도 꽤 된다.
김씨의 고민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는 “내 말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매우 조심스럽게 문장을 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