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존재하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존재하나?”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3.11.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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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 신작 ‘높고 푸른 사다리’ 출간

공지영 작가<사진>가 ‘도가니’ 이후 5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펴냈다.
실화를 바탕으로 수도원 성직자들이 겪는 비극, 고통, 사랑을 극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공지영 작가는 최근 신작 ‘높고 푸른 사다리’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이방인 성직자들이 일평생 한국에 바친 사랑에서 참된 사랑의 본질을 제시했다.
공 작가는 “예전에는 사랑이 상대방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거라고 생각했다면 제가 이 소설을 쓰면서 두 수사, 즉 마리너스 수사와 토마스 수사님의 얘기를, 그 역사를 추적하면서, ‘사랑은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이 세상에 투신하는 문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나, 이뤄질 수 없는 형식들이 있지. 예를 들면, 결혼할 수 없고 연애할 수 없고 이런 형식들은 존재하지만 사랑은 이미 두 사람이 사랑하는 순간 완성돼서 우리 앞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소설은 주님의 길을 따르기로 한 스물아홉의 젊은 수사 요한이 인생을 뒤집을 것 같던 사랑 앞에 전력질주하다가 무참하게 잘려나간 뒤 홀로 견뎌내는 고통의 시간을 따라간다.
이번 작품을 관통하는 질문이 ‘대체 왜?’인 데는 공지영 작가의 개인적 계기가 작용했다. 지지했던 문재인 대선 후보의 ‘패배’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에 개인적 시련이 연달아 닥쳤다.
“대선 패배가 컸어요. 남 앞에 나서는 거 싫어하는데 평생의 원칙을 어기고 욕먹으면서도 단상에 섰고 헌신했어요. 패배는 충격이었죠. 개인적으로도 큰 신앙의 위기를 겪었고 친구 몇몇에게는 배신을 당했어요. 엎치고 덮치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를 질문하던 때였고 요한 수사에게 제 고민을 많이 투영했죠.”
소설 속 노수사들은 실존 인물들이다. 공지영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미국과 독일,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알게 된 수도원에 관한 경험과 정보를 내년 초에 낼 새 에세이집에 담아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