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이전에 인간을 키우자
법조인 이전에 인간을 키우자
  • 이 도 선 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 승인 2013.10.3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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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법조계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소송당사자를 윽박지르고 황당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에서 금품 수수로도 모자라 성추문까지 일으키는 검사와 각종 비리에 염치없이 끼어드는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법조3륜’이 온통 더럽고 추악한 냄새로 진동한다. 막장이 따로 없다. 법조계가 비리를 척결하고 부조리를 바로 잡는 ‘정의의 보루’는커녕 ‘비리와 부조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판사들의 몰상식한 언행은 이제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가카새끼’니 ‘빅엿’이니 하는 욕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판사들이니 70이 다 된 분들에게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나와?”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막말을 퍼붓고 “마약 먹여 결혼한 것 아니에요?” “여자분이 왜 이렇게 말씀이 많으세요?”라며 소송당사자들을 다그치는 게 무슨 대수이겠는가. 어느 지법부장판사가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던 이웃의 차량을 몰래 파손했다가 말썽이 일자 사표를 썼다는 대목에서는 그저 쓴웃음만 나온다. 이런 판사들에게 온당한 판결을 기대하기는 애당초 무리다. 불법 도로 점거도, 정당 대리투표도 모두 무죄라는 해괴한 판결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그러나 황당하기로 치자면 검찰이 몇 수 위일 게다. 정치 검사, 스폰서 검사, 성추문 검사 등 용어부터 화려하지만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검찰총장 혼외아들 사건이다. 채동욱 총장은 언론에 의해 의혹이 처음 불거지자 ‘검찰 흔들기’라고 맞받아치며 정정 보도 소송을 내는 등 전면전을 벌일 듯 하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그 과정에서 법무부 감찰, 총장 사의, 야권의 정치쟁점화, 청와대의 사표 수리 유보 등 숨 가쁜 국면이 한 달 내내 이어지다 총장 내연녀의 가정부라는 결정적(?) 증인이 나타나면서 사태가 대충 마무리된 모양새다. 시중에는 가정부가 주인공인 모 TV의 드라마가 인기 없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드라마 같은 검찰총장 혼외아들 사건 때문이라는 비아냥이 떠돌기도 했다.
사안의 심각성은 누구보다도 법조계가 잘 안다. 일이 터질 때마다 ‘자정’이니 ‘일벌백계’니 하고 앞장서서 부산떠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자기들끼리 쉬쉬하며 감싸고, 여론의 따가운 눈치 본답시고 기껏 쳐드는 게 솜방망이다. 이런 법조계에 재판, 수사, 변호를 맡겨야 하는 애먼 국민만 불쌍할 따름이다.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법조계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추락했을까?
어쩌면 최근 인터넷을 달궜던 ‘사법연수원 불륜 사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같은 대학에서 만나 5년여 열애 끝에 혼인한 부부가 함께 사법시험을 봤으나 남편만 붙고 아내는 떨어진 게 비극의 발단이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과도한 혼수를 요구하며 저주성 폭언을 퍼붓고 남편은 총각 행세하며 연수원 동기와 불륜을 저질렀다. 이쯤에서 끝났으면 그래도 막장 드라마는 면했으련만 내연녀가 남편과 둘이 나눈 ‘은밀한 대화’까지 문자로 보내며 이혼을 압박하자 아내가 자살한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친정어머니가 딸의 한을 풀겠다며 연수원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해도 꿈적 않던 연수원은 누리꾼들 분노가 폭발하자 비로소 진상 조사에 나서서 남편은 파면하고 내연녀는 3개월 정직시켰으나 그녀 역시 법조인이 돼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며 파면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앞서 사법연수원생 95명이 7월 초 국정원 댓글 사건을 ‘중대 헌정 파괴 범죄’로 단정한 것도 문제다.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를 어긴 것도 그렇지만 예비법조인으로서 재판 결과를 예단한 것은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 꼴에 다름 아니다. 어마어마한 혼수를 당연시하고 장가들기 전에 1~2억쯤 빚져도 장차 처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며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권하는 마이너스통장을 마다않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항간의 얘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직 정식 법조인도 아닌 연수원생 시절부터 못된 짓거리에 탐닉하고 도덕성마저 형편없다면 큰일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는 법. 이런 풍토에서는 훌륭한 법조인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양이면 당장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법조인 이전에 인간부터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사법연수원이든 로스쿨이든, 인성을 법조인 자질의 으뜸으로 삼고 관련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공무를 수행하는 판·검사는 임용할 때 성적 못지않게 인성을 중시하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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