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의혹, 절차보다 실체규명이 우선
국정원 의혹, 절차보다 실체규명이 우선
  • 신아일보
  • 승인 2013.10.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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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변경 허가‘트위트 혐의 인정 한것
새 총장 맞는 검찰, 국민만 보고 수사해야

정홍원 국무총리는 엊그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수사와 관련, “정부는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라며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의 담화는 국가 정보원 및 군사이버사령부 직원들의 선거개입 의혹과 그에 대한 수사 축소의혹 등에 대해 야권이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대리담화’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대통령의 복심을 담은 이번 담화는 야권의 정치 공세에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각종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천명함으로써 여론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악화되고 있는 국민여론과 박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에 방어벽을 쌓는 측면도 엿보인다.
특히 정 총리의 담화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국민들의 관심은 국정원 및 사이버사령부 의혹 사건에 대한 정부의 수사의지에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이 대충 덮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엄중하다는 상황인식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결국 새 검찰 수뇌부가 무너져 내린 검찰조직을 추스리면서 얼마만큼 독립적 수사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검찰의 독립적 수사권 확보는 정 총리가 담화에서 약속한대로 ‘국정원 의혹의 실체와 원인’을 규명할수 있을 때 가능하다.
정부의 의지와 검찰의 소신이 맞닿을때만 실체가 규명될 수 있고 책임 소재도 가려지게 된다.
지금처럼 여야가 실체규명을 위한 진실게임은 재껴두고 절차싸움에만 매달린다면 치솟고 있는 국민의 불만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
국민들 눈에는 절차의 방패 뒤에 숨는 여야의 모습이 비겁하게 비칠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질서와 헌법정신을 뒤흔들수 있는 이들 이슈에서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절차가 아니다.
절차 시비는 법정에서 따질 일이고 사실 관계부터 속시원하게 밝혀달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국정원법도 중요하고, 체포전에 상급자에게 보고해야한다는 검사동일체 원칙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절차문제 때문에 실체가 가려지거나 진실이 은폐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지금 이 상황에서 더 중요한 것은 5만여건의 트윗이 과연 국정원 지휘부의 지시를 직원들에 의해 조직적 활동이 있었느냐의 여부다.
국정원이 정말 결백하다면 검찰에 소환된 직원을 불러들이고 진술을 거부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수사관 앞에서 적극적으로 진실을 입증하면 된다.
절차의 위법성이나 검사의 항명여부는 재판정에서 진위를 가려 처벌할일이 있으면 그것대로 의법조치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은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 직원들의 활동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그 진상을 규명하는데 국정원이나 국방부, 정치권이 적극 협조해야 할 때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검찰의 판단사항인 공소장 변경철회를 거론하고 나선건 사태를 악화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언행이 아닐수 없다.
마침 법원이 어제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 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이 인터넷 커뮤니케이터 등에서 대선.정치에 관여한 혐의뿐 아니라 트위터상의 활동에 관여한 혐의도 추가돼 재판을 받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포괄일죄로 인정해 증거가 더 많아진 만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제 실체규명의 공은 새 총장을 기다리고 있는 검찰로 넘어갔다.
대검은 국기를 흔들수도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의 명예를 걸고 엄정한 수사를 펼쳐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있는 그대로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공개해야한다.
검찰은 권력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좌고우면 하던 과거의 관행을 떨쳐버리고 국민만 보고 수사에 임할때만 국민으로부터 박수 받는 검찰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