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논의, 사회적 대타협이 먼저다
증세논의, 사회적 대타협이 먼저다
  • 신아일보
  • 승인 2013.10.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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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위한 증세, 부자감세 정책 개혁 등
세금구조 바로잡는게 증세 논의 출발점

정부의 내년 예산안 발표와 기초연금 공약 축소 수정이후 각계에서 ‘증세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복지정책 수정과 함께 증세도 추진하는 병행정책의 필요성이 어느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10대그룹 회장단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국민공감대 하에 증세도 할수있다”고 언급한데 이어 국무회의에선 “국민 대타협 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증세없는 복지’의 환상에서 깨어나 ‘복지수정+증세불가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단기대책으로는 선별적 복지와 경기부양을 통한 세수확대가 맞는 방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같은 경제상황에선 증세의 방법론을 둘러싸고 이해충돌로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게 사실이다.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경기가 더 위축 될 우려가 있고, 소득세 인상은 서민들의 조세 저항이, 법인세 인상은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여론조사들을 종합해보면 “복지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라는 최면에 사로잡혀 있던 것에 비해 국민들이 우리경제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돈 쓸 곳은 많은데 비해 세수는 줄어들어 증세외에는 재정불균형을 해소할 길이 없다는 것을 세금을 더내야 하는 국민들이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세수여건은 심각하다. 상반기 목표대비 10조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여기에 재정지출 확대로 상반기에만 46조원의 적자가 났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을 지키는데 매년 필요한 27조원의 추가 재원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 잘못된 세금구조를 바로잡는게 증세 논의의 출발점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된 부자감세 정책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종전처럼 22%에서 25%로 높이면 연간 3조5000억 가량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정부 세법개정안에서 늘리기로 한 직장인 세금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법인세율인상 주장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데다 분배체계의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소득은 높은 성장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개인소득은 계속 5%전후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비 2011년 법인의 가처분 소득은 533% 늘어난 반면 개인의 가처분 소득은 86%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시행된 법인세 인하 후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 고용된 취업자 비중은 2009년 8.4%에서 2012년 8.3%로 하락했다.
대기업에 집중된 감세혜택이 고용과 투자로 연결되지 않은 탓에 사내유보금은 크게 늘어 10대 그룹의 경우 무려 183조에 달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대기업의 법인세와 사회보장 기여금 부담율은 이율대비 2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42.5%)은 물론 일본(50%), 미국(46%), 프랑스(65%)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반면 법인세(지방세 포함) 법정최고세율은 2013년 현재 24%로 일본(37%), 미국(39%), 프랑스(34%)에 비해 크게 낮다.
이 같은 비교수치를 볼때 법인세율 3% 인상은 설득력을 가질뿐 아니라 전임 정권의 잘못된 인하 정책을 정상화 하는 것으로 평가 할만하다.
내수기반을 확충해 고용과 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성장의 결실이 경제주체들에 골고루 배분되도록 사회전체의 분배체계를 개선해야한다. 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이 시행될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격차를 좁히고 양극화도 해소될수 있다.
내수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경제성장도 경제 주체간의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고선 기대할 수 없다. 사회적 대타협이 증세 논의에 앞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