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대통령이 직접 챙겨라
일자리 창출, 대통령이 직접 챙겨라
  • 이 도 선
  • 승인 2013.09.2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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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이자 무너진 중산층을 되살리는 지름길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정부 역시 일자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고용률 70%‘를 국정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은 것부터가 그 증좌다. 그러나 말만 무성할 뿐 정권 출범 6개월이 넘도록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게 문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고용률을 올 8월의 64.6%에서 2017년에는 70%로 끌어올린다는 게 박근혜정부의 목표다. 이번에 발표한 ‘시간제 일자리’ 구상도 그 일환이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근로자 보호 및 고용촉진법’을 연내에 제정하고 내년에 공공 부문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중앙·지방정부 공무원, 국·공·사립 교사와 영양사 등을 대상으로 하루 5시간만 일하고도 4대 보험 등 주요 복지를 현행 ‘1인 8시간 전일제’와 똑같이 누리는 시간선택제를 도입하면 2017년까지 일자리 9000개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의 경력 단절 현상 해소와 중장년층 취업 기회 확대에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고용 형태임에 틀림없지만 눈앞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뭐니 뭐니 해도 임금 감소다.
일부 수요는 있겠지만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에 수입을 더 줄이겠다고 자청할 이는 썩 많지 않을 게다. 생산성과 업무의 연속성은 떨어지고 인건비는 느는 것도 부담이다. 승진, 정년 등에서 동등하게 대우한다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게다가 무슨 묘책이라도 되는 양 때마다 강조하던 핵심 정책의 기대효과가 고작 9,000명이라니 어이없다.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5년간 신규 일자리 238만 개가 필요하니 마치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30대 기업과 협약을 맺고 시간제 일자리를 채택하면 세제 혜택과 더불어 사회보험료와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민간 부문의 참여도 독려한다지만 이런 식의 ‘팔목 비틀기’는 약발이 오래 못 간다.
일자리는 이제 어느 한 부처에만 맡겨 두기 힘든 범정부적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부활시키자 언론은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대서특필했다.
지금은 무역. 투자보다 일자리가 먼저다.
그러나 박정희 시절과 달리 수출과 투자가 일자리로 직결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비근한 예로 국내 최대 재벌 삼성이 올해 신규 투자액 24조 원 가운데 국내에 떨어뜨리는 돈은 10분의 1 남짓이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로 나간다. 현대자동차는 해외 생산 비중이 60%를 넘는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가 늘수록 공장의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가 촉진돼 국내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커녕 되레 줄어든다는 비명이 나올 판이다. 수출의 고용창출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은 벌써 구문이다.
수출과 투자도 좋지만 지금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소비를 늘리는 게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최선책이다. ‘대통령 주재 월례 일자리회의’를 신설해서 정부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이 1천 달러에도 한참 못 미치던 1960~70년대와 세계 7번째로 2050(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 이상)클럽에 가입한 현재를 똑같은 잣대로 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당시에 팽배했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면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 주재 일자리회의에서 다룰 일은 제법 많다. 우선 각 부처가 산발적으로 쏟아내는 일자리정책들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사후에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요긴하다. 밥그릇 싸움이나 정책적 지향점의 차이 등 부처 간 칸막이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한 정책들도 대통령이 몸소 조정에 나선다면 금세 결론이 도출돼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깨알 리더십’이니 ‘만기친람(萬機親覽)이니 하는 비아냥이 들린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래도 일자리 만큼은 대통령이 꼭 직접 챙겨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연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 ‘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