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포퓰리즘을 버립시다
낡은 포퓰리즘을 버립시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6.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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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만 배 법무사
“자수성가한 출세자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노무현과 이명박은 카멜레온처럼 기만책을 대단히 잘 구사한다. 친화력을 쉽게 발휘하는 포퓰리스트적인 면이 그렇고 대중을 향한 능수능란한 레토릭과 탈 권위적 스타일도 거의 유사하다”이 글은 ‘6.15 공동선언실천 중-남미지역위원회’ 상임대표 정갑환(멕시코 거주)씨가 월간 ‘인물과 사상’ 4월호에 기고한 ‘노무현과 이명박 그리고 진보’라는 제목의 글 중 일부이다. 한마디로 포퓰리즘에 찌든 정치인들을 잘 꼬집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마침내 촛불시위에 굴복, 지난 5월22일(대국민담화)에 이어 6월19일(특별기자회견) 연거푸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저는 (지난 6월10일 밤)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 이슬’ 노랫소리도 들었습니다. 캄캄한 산 중턱에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행렬을 보면서 새삼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한마디로 감성(感性) 모드가 물씬 풍긴다. 윤민석의 운동가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노랫소리는 못 들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얄궂게도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지켜보노라니 딱 노무현 전 대통령 짝이라는 생각이다. 지난 2004년 탄핵반대 촛불시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 국민 담화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한 밤중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거대하게 펼쳐지는 촛불의 불길을 바라보았습니다. 새삼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도 수준 높은 시민들을 상대로 정치를 해 나가려면 그 누구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어쩌면 두 분의 레토릭이 이렇게도 닮은꼴인가? 그렇다. 이름 하여 포퓰리즘! 두 분 모두 포퓰리즘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가 곧이어 10%대로 폭삭 내려앉은 국민지지율 때문에 웃음거리가 된 점까지 닮은꼴이니 말이다.
광우병 쇠고기수입 반대집회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마침내 ‘이명박 OUT’ 등 이명박 정권퇴진을 외치는 촛불시위로 모습을 바꾸어 두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무려 350만여 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압승을 거둔 이명박 정부의 이 어처구니없는 오늘의 액운(厄運), 아니 정권 위기의 원인은? 그렇다. 바로 포퓰리즘의 업보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감히 한 말씀 고언(苦言)을 드린다. 이제 그 속 들여다뵈는 포퓰리즘을 버리고 진솔한 자세로 촛불시위의 기저(基底)에 담겨있는 이른바 ‘촛불 민심’을 제대로 읽으시라.
첫째, 이 대통령님은 ‘CEO’와 ‘대통령’을 혼동 내지 동일시하지 마시라. 두말할 것도 없이 ‘CEO’와 ‘대통령’은 그 본질, 기능, 역할 등에서 전혀 다르다. 이건 너무나도 평범한 일반상식이다. 다시 말해서 경영능력(CEO)은 정치능력(대통령)에서 필요조건이긴 해도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이 대통령은 ‘편향된 종교관’을 버리시라. 아다 시피 우리의 헌법은 ‘정교(政敎)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헌법 제20조), 종교 등에 의하여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1조).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일종의 종교 차별적 내각구성으로 물의를 빚었다. 더욱 황당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지난 2004년 5월,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국 청년학생 연합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는 거룩한 도시이며, 수도 서울 시민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면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奉獻)한다”고 말했다는 보도이다. 참으로 황당하다. 아무리 소망교회 장로님이라지만, 현직 서울시장이라는 공인으로서 어찌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와 관련, 미국은 우리에게 좋은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생각이다. 아다 시피 미국은 97%가 기독교인인 나라이다. 그럼에도 미국 대법원은 공립학교 졸업식에서 기독교적 ‘기원(祈願)’이나, ‘충성맹세’를 강요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끝으로 다시 한번 고언(苦言)드리건대, 아무리 비즈니스 플렌들리 정권이라지만 대통령 입에서 ‘CEO, CEO...’가 떠날 새가 없다니, 또 공연하게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치겠다니, 도대체 이 못 말리는 오버를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것이다. 정녕 무지(無知)때문인가? 아니면 그 집요(執拗)한 포퓰리즘 때문인가?
결론컨대 이제 이명박 정부는 그 낡은 포퓰리즘을 버리시라, 그리고 인터넷 시대에 포퓰리즘은 안 통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