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야 할 우리나라 국민성
고쳐야 할 우리나라 국민성
  • 민 계 식 KAIST 석좌교수
  • 승인 2013.08.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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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또 시끄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가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우리 정치권은 대의를 외면한 채 걸핏하면 편을 갈라 죽기 살기로 싸운다. 정치, 경제, 대북관계, 복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선을 확대하며 노상 싸운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국민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민 모두가 대국적 견지에서 남을 좀 더 배려하며 스스로 공명정대하려고 애쓴다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국민성 개조 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나는 몇 해 전부터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약칭 선사연)에 참여해왔다. 지난 3월에는 이 단체의 공동대표 직책도 맡았다. 평소 생각해오던 국민성 개조운동을 선사연 활동에 접목시키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선사연은 우리나라가 그 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나 이제는 법규 및 관행 등 사회시스템과 의식이 따라가지 못해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함으로 이러한 시스템과 의식을 개선하자는 단체이다.
이 기회에 그 동안 언론과 각종 모임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해온 국민성 개조 운동에 대한 평소 생각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국어사전에는 ‘가치관과 행동양식, 사고방식, 기질 등에 관해 어떤 국민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국민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부지런하고 두뇌가 우수하다는 등 좋은 특성도 많이 있지만 다음 세 가지만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으로 불렸으며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삼았다.
유교의 최고 이상은 ‘인’이다. ‘인(仁)’이라는 한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사람 인(人)’ 변에 ‘두 이(二)’ 자를 옆에 붙인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인은 곧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떤가? 상대방은 어떻게 되든 나만 편하고 잘살면 그만이라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각종 부정부패와 무질서가 여기에서 기인한다.
둘째, 공명정대한 행위(fair play)가 부족하다. 비록 상대방이 적이거나 경쟁자일지라도 그의 노력과 업적을 인정해 주고 정당히 평가하면서 나 또한 최선을 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작금의 세태는 참으로 안타깝다.
셋째, 대국적인 안목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설사 자신에게 손실이나 희생이 따르더라도 공익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감수하는 시민의식을 필요로 한다. 즉,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국가 전체를 위해서라면 지엽적인 이기주의는 과감히 버리는 대국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요즈음의 세태다.
역사학자에 따르면 국민성을 바꾸려면 국가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지도 아래 국민 모두가 합심해 몇 대에 걸친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도 전 국민이 합심해 인내심을 갖고 의식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좋은 국민성은 더욱 승화시키고 나쁜 국민성은 고쳐 나가서 언젠가는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국민성을 갖춘 세계 ‘대국(大國)’이 돼야겠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 ‘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