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다이어트로 ‘블랙아웃’극복해야
전력다이어트로 ‘블랙아웃’극복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13.08.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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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방편적 절전 대책에서 벗어나
체계적 공급·요금정책 등 전환 시급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기염을 토하면서 전력이 바닥나 유례없는 블랙아웃 위기를 맞고 있다. 해마다 혹서기와 혹한기 전력난이 되풀이 되고 있지만 올해는 납품비리까지 불거지며 원자력 발전소 23기 가운데 10기가 멈춰서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주 최대 전력공급량은 지난 겨울보다 300만kW 가량 적은 7767만kW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대로 전력수요가 7870만kW까지 치솟으면 103만kW가량의 전력이 부족하게 된다.
이같은 최악의 사태가 오면 갑자기 모든 전력시스템이 정지되는 블랙아웃이라는 악몽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현재 시행중인 전력수급 정보체계에서 예비전력이 100만kW를 밑돌면 가장 심각한 수준인 ‘심각’이 발령된다.
‘심각’이 발령되면 강제순환 단전이 실시되는 등 전력 비상상황에 돌입하게 되지만 이마저 실패하면 예비전력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5월 내놓은 전력수급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해 전력대란위기에 대처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지난 5일부터 30일까지 전력 과소비 업체들은 하루 4시간씩 의무적으로 3~15%씩 전력사용량을 감축해야한다.
또 산업체들을 대상으로 휴가를 분산시키고 피크일과 피크시간대의 전기요금을 높이는 선택형 피크요금제 적용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이밖에 전기료 누진제, 공공기관 실내 냉방온도제한, 식당·상점 개문 냉방단속 등 전력수요 절감에 동참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주부터 한낮 기온이 32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열대야까지 겹치면 전력절감 대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사실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기온이 25~30도일때는 기온이 1도 오를때 전력수요가 70만~80만kW씩 늘지만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 1도 오를때마다 100만~150만kW씩 늘어나게 된다. 끔찍한 상황들이 우리 턱밑까지 차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전력대란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정부는 전기료 누진제, 개문냉방 단속, 공공기관 온도제한 등 다양한 절전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절전 대책 대부분은 일반 가정과 자영업, 소상공인, 공공기관에 집중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료 누진제는 1974년 석유파동 이후 전기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된다.
6단계 누진제를 적용해 사용구간에 따라서는 무려 11배까지 전기료가 비싸진다.
에어컨, 제습기 등 가전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일반 가정에선 올 여름 ‘전기요금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반면 산업용전기는 요금폭탄에서 자유롭다. 산업용은 전체 전력량의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고 단가도 싸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81.2원으로 원가의 89%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간 산업용 전기료 비교에서도 우리나라는 kWh당 0.058달러로 일본(0.154) 3분의 1, 프랑스(0.106)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오죽하면 감사원이 지난 6월 “한전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해 전기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겠는가.
일각에선 정부의 절전대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전력대란의 주범은 만만한 일반 가정이나 자영업자가 아닌 산업용 전기를 남용하고 있는 대기업과 비리의 온상인 한수원”이라고 못박고 “이제는 절전의 대상을 가정이나 자영업에서 대기업의 산업용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전력대란 시대에 선진 각국에서는 LED(발광 다이오드 조명)가 ‘전력 다이어트’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빛을 내는 반도체’로 불리는 LED는 전기를 대부분 빛으로 바꿔주기 때문에 소비전력이 백열등의 5분의 1, 형광등의 2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LED 보급율을 40%선까지 끌어 올렸고 지난해 1월부터는 백열등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우리나라의 LED 보급률은 2012년 현재 5%에 불과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전력대란에 대처하고 안정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선 임시방편적 절전 정책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공급시스템과 합리적인 요금정책, 절약형 첨단기기 보급 등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