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품격을 생각한다
나라의 품격을 생각한다
  • 이 도 선 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 승인 2013.07.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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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 심야 토론을 시청하다 기겁했다. 한 논객이 이명박정부를 북한과 싸잡아 ‘독재’로 매도하는 것 아닌가.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해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을 보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정치권은 한동안 누가 더 ‘막가파’인가를 걸고 내기라도 하는 양 막말을 쏟아 냈다. 제1야당의 원내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의 후손’으로 규정하고 “귀태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라는 뜻풀이까지 곁들였다. 전.현직 대통령 부녀에 대한 저주나 다름없는 막말의 후폭풍으로 그는 사과와 함께 대변인을 그만둬야 했다.
상대방에 대한 터무니없는 매도나 막말은 지난 몇 년 새 부쩍 빈번해진 현상으로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서로 만만치 않은 동조 세력을 등에 업고 있으니 언제든지 또 도질 우리 정치의 고질병으로 치부해야 할 판이다. 하도 자주 겪다 보니 웬만큼 면역도 됐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그래, 지금이 어느 때라고 독재 운운한단 말인가? 한때 이 땅에 무자비한 철권통치가 자행된 것은 사실이나 벌써 20~30년 전 일이고 이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며 민주화를 이룩해 낸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바다. 대한민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성취한 유일한 국가로 세계의 칭송을 받는 것도 그래서다. 이런 대한민국이 이명박정부에 와서 다시 독재로 돌아섰고, 나아가 박근혜정부도 동일선상에 있다고 주장해서야 설득력이 떨어진다.
막말 공방도 매한가지다. 특히 국가원수에 대한 막말은 정말 꼴불견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적국인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3세가 4촌 베수스에게 암살당하자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 주고 베수스에게는 코와 귀를 자르는 형벌을 내렸다. 적장에 대한 예우였다. 비단 알렉산더 대왕만이 아니라 동서고금을 통해 두루 지켜져 온 일종의 전통이지만 국내 정치판에는 그런 여유가 없다. 국가원수에 대한 막말은 민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새누리당 역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고 희화화한 전비(前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적장이 그럴진대 그 수하들에 대한 예우는 새삼 얘깃거리도 못 된다.
정치판이 이러니 법조계에서 ‘막말 판.검사’가 줄 잇고, 대학생들은 강의 평가에서 교수에게 인신공격을 넘어 욕지거리까지 해대며, 인터넷에는 온갖 험한 말이 난무해도 하나 이상할 게 없다. 밖에서는 이미 선진국 대접을 받는 대한민국이 안에서는 여전히 후진적 갈등에서 허덕이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독선과 아집의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나, 그리고 우리가 아니면 무조건 틀렸다고 단정하는 ‘편협한 오만’이 갈등의 주범이라는 얘기다. 우리끼리 뭉치고 세를 불리는 데에는 적개심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다는 단견이 화근인 셈이다. 심지어 당내 파벌 싸움 때문에 더 막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대목에서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으려는 합리적 태도가 유약하게 비치고 때로는 비겁한 배신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국가적, 사회적 현안이 부각될 때마다 편을 갈라 ‘치킨게임’을 벌이는 게 우리네 관행으로 굳어진 데에는 독선과 아집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당의 목적은 모름지기 정권 획득이다. 그리고 정권을 잡으려면 훌륭한 인재와 빼어난 정책으로 민심부터 얻는 게 순서다. 선동이나 정치공학만으로는 정권을 잡을 수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 그렇게 탄생한 정권은 나라를 혼돈에 빠뜨릴 게 뻔하다. 우리 정당들은 그러나 독선과 아집에 빠져 적개심 키우기에만 골몰하는 형국이다. 막말의 대가인 북한조차 전에 없이 남한에 경어를 쓰기 시작한 마당에 수권을 지향한다는 공당(公黨)들이 막말의 총본산으로 자리매김한대서야 말이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남북당국회담과 관련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강조했지만 원래 독일 철학자 헤겔이 한 이 말은 이제 북한이 아니라 우리 정치권을 조준해야 마땅하다. 정치권의 막말과 근거 없는 비방은 국격을 훼손하고 국민의 정치혐오증을 심화시킬 뿐이다. 정당들이 민심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예의와 여유를 잃지 않는 선진 정치가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