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리려면 수요를 창출해야
경제를 살리려면 수요를 창출해야
  • 김 정 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승인 2013.07.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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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정부는 금년도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2.7%로 상향 조정했다. 전년도의 2%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추경에 의한 재정 투자가 경기부양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대외적인 여건이 개선되겠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경제가 회복세라지만 아직은 장담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중국경제는 막대한 정부부채와 신용경색 때문에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럽의 경기침체도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대내적으로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얼마나 증가해서 추가 성장을 뒷받침하게 될 지도 확실치 않다. 일부 민간경제연구소는 저성장 추세가 금년 말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증세와 경제민주화의 실천의지를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그 필요성과 정치적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는 분명 경제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증세는 소비를, 그리고 경제민주화는 기업의 설비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다 하나 기업도 소비자도 돈 쓰는 데 인색한 것 같다. 기업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설비투자를 꺼릴 수도 있다. 가계 역시 같은 이유로 소비를 억제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그 때문에 금리가 낮은데도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각종 연금이나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천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도 소비를 위축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수요를 유발하거나 촉진시킬 수 있는 제품이 별로 없기 때문에 소비가 살아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작금의 경제문제는 소비부진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다.
경제경영자문인 스리워츠키(Slywotzky)는 ‘경제의 바퀴를 굴리는 것이 수요이며, 특별한 형태의 에너지’라고 정의했다(Demand, AJ Slywotzky, Crown Business 2011).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면 성장은 지연되고 고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추가수요는 어디서 오는가? 우선 이는 현재 소비수준과 기대 소비수준간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일이다. 스리워츠키는 수요창출방법으로 ‘감성공간’의 확보와 ‘문제해결사(hassle fixer)’를 강조한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스티브 잡스의 I-Series전자제품들이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후자의 예로는 에너지 분야 첨단 제품과 건강/의료/제약분야 신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녹색이나 스마트 기술 관련 제품들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감동을 주거나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이라면 쉽게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를 세계 최대 벤쳐 집적지로 만드는 데 일등 공신은 Kleiner Perkins라는 모험 자본가들이다. 이들은 ‘기술, 금융, 수요 그리고 팀워크’ 등 4대 위험요소를 중심으로 벤쳐 기업을 평가하는 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수요라고 한다. 즉 시장수요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엔젤자금지원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수요만 보장되면 다른 요인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소비자에게 ‘즉각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온다는 것이다.
우리도 거시경제정책과 함께 수요를 유발(trigger)하거나 창출하는 프로그램을 병행 추진해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와 같이 정부투자에 의한 승수효과와 소득 및 고용창출을 기대하던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감동과 문제해결에 도움을 줌은 물론,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고 특히, 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소비자는 지갑을 열게 될 것이고, 이들이 지갑을 열어야 기업도 설비투자를 늘릴 것이며, 이것이 다시 고용증가와 소득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기업이 생존을 넘어 성장하려면 이상의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야 한다. 이는 엄청난 위험부담을 수반하고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창조경제도 필요하지만 기존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위험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