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책공조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책공조
  • 이 철 환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승인 2013.07.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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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에 최우선목표를 두고 있다. 이는, 정부의 과도한 자금수요를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 역할에 충실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용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도 동일한 상황이다.
그런데 대형 금융사고 특히 2008년 리먼 파산 사태 이후에는 금융시스템안정이라는 목표가 강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국들 중앙은행은 제로금리를 유지해 오고 있다.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최근 추가로 금리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가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와 같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은 비단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인도, 이스라엘, 폴란드, 헝가리 등 신흥개도국들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 모두가 자국이 처해있는 어려운 경제여건을 조속히 회복시켜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얼마 전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그 시기가 늦었고 인하폭 또한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금리를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찔끔 내렸기에 여전히 선진국들의 그것에 비하면 크게 높은 편이다. 정부와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침체된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인하를 요구해왔다.
우선 무엇보다도 우리의 치열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환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는(엔화가치 하락) 상황에서 우리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인하가 절실히 요청돼 왔다. 여기에 양적완화로 크게 늘어난 해외유동성들이 내외금리차를 노리고 핫머니가 돼 우리자본시장을 교란시킬 우려마저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이를 굳이 외면해왔다. 경기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하나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탓일까?
지금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통화전쟁을 방불케 하며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와 금리인하를 경쟁적으로 단행해 나가고 있다. 정부와 협력해 자국의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움직임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그 어떤 나라 중앙은행보다도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강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FRB)이었다.
일본의 중앙은행은 한수 더 뜨고 있다. 지난 4월 새로 들어선 구로다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아베노믹스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위해 기존의 금기사항들을 과감히 깨어나가고 있다. 그는 앞으로 2년 안에 시중통화량을 2배로 늘리는 한편, 국채 매입량도 2배 확충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s) 등 위험자산도 매년 1조엔 이상 사들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연 중앙은행이 취하는 조치가 맞는지 의아해할 정도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이는 중앙은행이 정치적인 압력을 받게 되면 방만한 금융정책을 수행하게 돼 물가불안을 초래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정책 수립과 같은 중요한 정책을 중앙은행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른 정책수립기관과의 효율적인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경제정책 수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각각 상호보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들 양 정책은 적절히 조합해서 활용할 때 그 효과 또한 상승작용을 해 한층 더 커지게 된다. 한마디로 정책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도 금융 및 재정정책은 갈수록 상호의존적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나라 기업·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증대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투입으로 금융시장이 그나마 안정을 회복했으며, 2008년의 ‘리먼 사태’ 때에도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융시장 안정을 찾은 것 또한 재정의 건전성과 지원 덕분이라 하겠다. 최근의 유럽금융위기의 발생과 대응과정에서도 금융과 재정의 일체성이 강조되는 것을 확실히 보고 있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