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火가 지나간 서울과 평양
聖火가 지나간 서울과 평양
  • 신아일보
  • 승인 2008.04.30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지나간 서울의 도심은 오성홍기(五星紅旗)의 붉은 물결에 점령당했다.
일부 중국인 시위대는 한국 경찰과 시민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 시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친 중국 시위대는 대치하던 반 중국 시위대가 피신하러 들어간 호텔로 난입해 거침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보도 블록에 쇠파이프와 스패너까지 동원됐다. 중국인들은 서울 곳곳에서 티베트 사태나 탈북자 송환에 항의하는 소수의 반 중국 시위대를 에워싸고 6000여명이란 다수의 힘으로 압도했다.
성화 봉송을 못하는 불상사는 생기지는 않았지만 일부 중국인에 의한 폭력사태로 봉송의 의미가 크게 훼손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 내 반 중국 감정의 고조와 양국간 뿌리 깊은 민족주의 충돌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근원에는 중국정부의 조장과 묵인 아래 커 온 중국인들의 ‘관제민족주의(Official Nationalism)’가 있다는 지적이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을 행사하고 사람을 다치게 한 일은 용납할 수 없다.
중국 언론은 “유학생을 비롯한 중국인들이 자발적인 애국심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이웃나라 수도에서 올림픽 평화 정신을 짓밟은 폭력을 휘두르는 행동이 애국심이라는 것이 놀랍다. 이번 일로 티베트 사태를 관망하던 한국에서 반중 감정이 점화되지 않나 우려 된다. 반면 북한 당국은 올림픽 성화를 맞이하기 위해 평양 도로를 아스팔트로 새로 포장하고 주민들은 새벽에 몰려 나와 거리를 물걸래로 닦았다. 주체사상탑에서 김일성 경기장에 이르는 20Km 연도에는 40여만 명이 늘어서서 꽃다발을 흔들며 성화 봉송 행렬을 행해 환성을 질렀다.
미국 CNN방송은 거리에서 중국 국기와 올림픽기 인공 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방영했다. 북한은 중국에서 오성기와 인공기를 각각 1만장 씩 주문해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올림픽 역사 상 전례가 없는 희대(稀代)의 성화 환영 행사가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한·중간 외교 마찰로 비화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은 평화의 세력이 되겠다’는 화평굴기를 외교 전략으로 삼았다.
또 한국과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이번 폭력사태는 이런 중국의 공언을 무색 하게 했다. 중국정부는 폭력을 행사한 자국민들에게 적절한 경고 조치를 취해야한다.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가 유감을 표명했다. 확연히 다른 서울과 평양의 풍경이야말로 세계 속 남북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성화는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베트남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