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라는 것 몇사람이나 하겠는가”
“성공이라는 것 몇사람이나 하겠는가”
  • 윤다혜 기자
  • 승인 2013.05.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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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기술·지혜 합할 수 있는 시대 오길”

“우리가 빌 게이츠가 될 확률은 희박하지 않는가?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 성공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인가?”
자신의 직장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쥐꼬리만 한 월급에도 일에 대한 열정 하나로 즐겁게 일하는 사람은 또 몇일까.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44·사진)은 이 같은 질문에 “많은 사람이 직장을 가졌지만 자신의 직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SBS 주최 2013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지난 3일 기조강연한 드 보통은 “현대사회가 제한적 형태의 삶만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대기업 취직이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인간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삶에 기여할 수 있다. 하나의 경로만을 고집할 때 불안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성공은 ‘사랑’과 ‘직업’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서 평가된다고 봤다.
“인류 역사에서 직장은 돈만 많이 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돈과 함께 행복도 추구한다. 결혼도 예전에는 사랑보다는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는 것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사랑을 원한다. 지금의 배우자를 사랑하는가? 기대와 현실이 다르다는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보통은 이 같은 문제를 오늘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진단, 해결책으로 교육의 변화를 제시했다. “오늘의 교육은 비즈니스 역량을 축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스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은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쓰는 것까지 망라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도 교육을 해야 한다. 과거 종교에서 그 역할을 수행했지만 지금은 종교가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게 관심사다.”
드 보통은 관심사를 구체화, 2008년 지인과 힘을 합쳐 영국 런던에 ‘인생학교’를 세웠다.
“사실 많은 지혜가 존재한다. 하지만 나와 마이클 샌델이 특이한 경우이지, 이런 곳에 와서 이야기하는 철학가들이 흔하지 않다. 갇혀있지 말고 지혜가 사회로 나와야 한다.”
자기계발 도서들이 전하는 긍정의 메시지, 기술이 주는 편리함 등을 경계하라고 권했다. “자기계발 도서들은 노력하면 뭐든지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소위 성공이라는 것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일까. 기술은 분명 좋지만 언제나 우리에게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러다 보면 메마른 사람이 될 것이다. 기술과 지혜를 합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