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의혹규명, 검찰 의지에 달렸다
국정원 의혹규명, 검찰 의지에 달렸다
  • 신아일보
  • 승인 2013.04.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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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축소·은폐 유도,명백한 범죄행위
엄정한 수사로 ‘새 검찰상’ 보여줘야

 

경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수사에 경찰 윗선의 압력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폭로가 나옴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이목은 이제 검찰의 수사에 쏠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경찰공무원법상 정치중립 의무위반과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지만 2개월이 넘도록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한채 경찰수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지난 주말에 터져 나온 경찰내부의 폭로는 수사 상황을 크게 반전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수사팀장이었던 권은희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고위 간부로부터 사건 축소·은폐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것이다.
수사팀이 대선 관련 72개의 키워드를 서울경찰청에 전달했지만 서울경찰청은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며 키워드를 4개로 줄였다는 등 폭로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이쯤되면 경찰 수뇌부가 애초부터 실체 규명은 커녕 각본에 맞춘 짜맞추기식 수사를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 같은 상황들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이 총체적 부실수사로 끝난게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경찰 수뇌부의 사건 축소·은폐 유도는 국가기관의 명백한 범죄행위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의혹을 규명하고 범죄행위를 저지른 관련자들에 대해선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의 성공여부는 국정원 압수수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핵심은 국정원 직원들의 인터넷 댓글 행위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이뤄진 조직적 행위였느냐를 밝히는 것이다.
원 전 원장의 강조사항이 중간간부의 구체적 지시와 조직적 행위로 이어진 ‘연결고리’를 캐기 위해선 국정원 정보심리국 직원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와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수조건이다.
컴퓨터와 서버가 확보돼야 조직적 행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재준 국정원장이 압수수색에 얼마만큼 협조할지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만일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거부하거나 자료를 임의로 제출하겠다고 하면 검찰의 수사는 벽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2005년 국정원 도청 사건 당시 법무부장관 출신 김승규 원장이 “도청은 불법이 명백하다”고 단정하고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범법을 저지른 국정원장 등 수뇌부를 줄줄이 사법처리한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대선정국에서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과 경찰 수뇌부의 축소·은폐가 검찰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나게 클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이나 여권이 이번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어물쩍 넘기려고 마음 먹는다면 의혹은 부메랑이 돼 박근혜 정부에 더 큰 부담을 안겨 줄 것이다.
검찰이 정치적 함수관계를 떠나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힐때만 그 ‘위험한 의혹’은 제거 될 수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각오로 근본적인 혁신을 하는 것만이 이 위기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채 검찰총장이 말한 것처럼 검찰이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은 검찰 스스로가 본연의 임무를 법대로 엄정하게 집행하는 일이다.
이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는 새로운 검찰상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