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심리 방치하면 독(毒)된다
부정적 심리 방치하면 독(毒)된다
  • 김기룡기자
  • 승인 2013.04.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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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최근 여성가족정책관(지방서기관)을 개방형 직위로 조정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행정기구 및 정원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제261회 도의회 임시회에 상정,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조직 내에 부정적 감정이 팽배, 방치하면 독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개방형 직위는 공직자의 전문성에 한계가 있어 전문성을 지닌 외부인사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가족정책관의 업무가 여성·복지, 가족지원, 다문화, 청소년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이런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도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 일각에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승진에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인사 정체는 계속해서 꽉 막힐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외부인사가 이 자리를 차지할 경우 승진 기회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승진을 기대했던 일부 직원들의 불만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행정 효율성과 일관성 및 책임성을 두고 볼 때, 이 부서를 개방형 직위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 조직은 프로젝트 매니저와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인 매트릭스 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매트릭스가 성공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상호 협력과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전혀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 간에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바틀렛 교수(하버드)는 “매트릭스 구조로의 변화는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것보다 사람들의 사고방식, 제도 등이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고방식과 제도는 단시간 안에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부서에 대한 개방 직위 조정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장기적인 변화 계획을 수립한 후에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조직 내에 전염돼 방치하면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 대학의 존 카시오포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은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감정보다 인간의 생존 본능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감정 표출도 더 크게 나타나고, 주위 사람들도 자신의 생존 위협을 감지하며 부정적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직 내에 형성된 심리는 한 번 굳어지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리더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를 1년 2개월여를 남겨 놓은 시점에서 조직의 감정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 충남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조례안 개정은 재고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