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없는 ‘신용보석’ 첫 시행
보증금 없는 ‘신용보석’ 첫 시행
  • 신아일보
  • 승인 2008.02.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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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보증금을 내지 않고 보석(保釋)으로 풀러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첫 사례가 나왔다.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을 재판부가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는 피고인 5명에게 모두 보증금 없는 보석을 허가했다. 그들은 ‘재판에 성실히 출석하고 증거 인멸하지 않으면 법원허가 없이 출국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만으로 보석허가를 받았다.
과거에는 재판부가 정하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 원의 보증금을 내지 않으면 보석으로 풀러나지 못했다. 그러나 돈을 내지 않고도 보석으로 풀러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첫 사례가 됐다.
우리는 이 같은 결정이 많이 나와 불구속 재판원칙이 지켜지고 피고인의 인권 보호와 방어권행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돈이 없는 경우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비합리성을 개선하자는 취진위원회의 제안으로 피고인의 출석을 보증할만한 금액을 납부해야만 석방 할 수 있는 조항을 바꾼 것이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서약서나 출석보증서 등을 제출하기만 하면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고도 보석이 가능하도록 석방 규정을 다양화한 것이 특징이다.
구 형사소송법의 보석조건은 생계가 막막한 피고인들에게 분명히 불리한 조항이었다. 그래서 시중에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나 변호인이 피고인 석방을 이끌어내고 받는 수천만원 대의 ‘성공보수’라는 말까지 떠돌았다.
‘전관예우’라는 말과 함께 갓 퇴직한 판검사를 찾아가 변호를 의뢰하는 행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용어와 관행은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들 5명이 강도나 살인이 아닌 재산관련 범죄자들이고 일부는 공범으로 가담정도가 낮아 집행유예가 예상된다’고 보석허가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집행유예 선고가 예상되는 피의자를 구속기소 했다는 것이 된다.
차제에 구속자체가 일종의 처벌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수사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모든 혐의자는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원칙이 존중 되어야한다.
사법정의 구현에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을 통해 피의자 피고인의 인권보장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