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그리고 설(雪)
설, 그리고 설(雪)
  • 신아일보
  • 승인 2008.02.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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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충 부산국토관리청장
“오늘날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3無’로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중국에는 야당이 없고, 언론이 없고, NGO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공산당이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국가이다.”

이웃 중국대륙이 설 명절을 앞두고 몰아닥친 60년만의 폭설 때문에 온통 난리를 겪고 있는 모양이다. 호남성, 광동성, 귀주성, 절강성 등 대륙 동남부 일대를 집중적으로 강타한 폭설과 강추위로 인해 간선도로와 철도, 공항이 얼어붙고송전탑이 무너지면서 전기와 용수공급이 끊어져 도시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한다.
게다가 가축이 무더기로 얼어 죽고 수십만 ㎢의 농경지가 유실되어 物價大亂도 우려되는 지경이라하니 딱하다.
무엇보다도 중국정부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은 최대의 명절인 春節(우리의 설)을 맞아 고향을 찾으려던 귀성객들의 발이 묶이고, 이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후진타오주석과 원자바오총리가 연휴기간 내내 피해지역을 돌며 귀성객의 불편을 다독거리고, 고향길이 막힌 사람들을 달래느라 애쓰는 모습이 사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인의 고향에 대한 애착, 그리고 설 명절을 맞는 귀성객들의 대이동 열기는 우리에 못지않다.
우리와 같은 한자문화권이고 세시풍속도 비슷하긴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음력설을 쇠지 않고 조상에게 차례도 지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신 일본은 神社를 찾아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한국이나 중국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더욱이 중국은 땅이 넓어 서민들로서는 승용차나 항공기 이용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열차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만큼 기차역마다 귀성객들이 몰려 장사진을 치고, 심지어 달랑 입석표 한 장 손에 쥐고서 편도로 꼬박 이삼일 걸리는 귀향길을 서서 떠밀려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힘들게 찾은 고향에서 부모친지와 함께 하는 시간도 잠시일 뿐, 다시 되짚어 돌아오기에 급급한데도 매번 그 고생길을 반복하곤 하니 그 정서와 문화를 서양인들이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아무튼 이번의 대혼란사태는 평소 이 별로 내리지 않는 동남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정치·사회 시스템이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어 사태가 악화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등소평이 죽의 장막을 걷어낸 이후 중국이 숨가쁘게 개혁개방의 길을 달려와 오늘날엔 미국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만큼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비민주적인 제도와 사회시스템, 그리고 낮은 국민의식수준이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에 다름 아니다.
필자가 존경하고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중국전문가 한분은(존함은 밝히지 않겠다) 오늘날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3無’로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중국에는 야당이 없고, 언론이 없고, NGO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공산당이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국가이고, 비록 겉으로는 수많은 언론매체가 있는듯 보이지만 모두 어용언론에 머무르고 있으며, 시민사회의 건전한 비판기능도 결여되어 있는 통제 체제의 실상을 명료하게 드러내 보이는 지적이라 생각한다.
지난 2003년에 겪었던 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태도, 이번의 폭설대란도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人災였다고 보는 견해에 공감이 간다.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길가에 줄지어 서서 일일이 삽으로 눈을 걷어내고 있는 사진이 보여주듯이 허술한 인프라는 물론 위기를 사전에 경고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부재와 안일한 인식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싶다.
조직이든 사회이든 국가이든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와 함께 이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수준 높은 소프트웨어가 불가결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