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올해의 ‘키워드’
=독자칼럼=올해의 ‘키워드’
  • 신아일보
  • 승인 2007.12.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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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충 부산국토관리청장
"해마다 연말이면 올해의 인물 또는 올해의 단어, 사자성어 등이 발표되곤 하는데, 한해의 큰 흐름을 읽어낼 수 있어 흥미롭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트가 자사 인터넷사이트 방문객을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올해의 단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데, 작년에는‘Truthiness’를, 금년에는 ‘Woot’를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Truthiness’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채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려는 성향을 뜻하는 신조어이고(명분없이 이라크를 침공했던 부시대통령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Woot’은 컴퓨터 게이머나 네티즌들이 승리의 기쁨 등을 표현할 때 내뱉는 감탄사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 교토의 유서깊은 절인 淸水寺에서 매년 올해의 한자를 발표하고 있는데, 금년에는 ‘僞’를 선정했다는 소식이다. 선정배경을 들어보면, 식품안전 분야에서 최고를 자부하던 일본에서 불량식품으로 인한 파문이 끊이지 않았던 한해였던 것을 지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작년에는, 집단따돌림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사회현상을 걱정하면서 ‘命’을 선정하여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의 경우라면 어떨까? 배경은 사뭇 다르겠지만 우리가 올해의 한자를 꼽는다 해도 ‘僞’가 유력한 후보군에 들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하반기 들어 모든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신정아와 김경준 사건을 설명하는데는 이보다 더 기막힌 글자가 없을 듯 싶다.
또 하나의 후보를 꼽는다면 세계경제 전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油價 급등현상,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의 남용, 그리고 세밑을 암울하게 만든 재앙인 서해바다 기름유출사태까지 겪고 있기에 ‘油’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내친 김에 올해의 사자성어를 꼽는다면 어떤 말이 적절할까? 작년에는 교수들이 이구동성으로 密雲不雨를 선정한 바 있다. 글자 그대로라면 ‘먹구름은 겹겹인데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 되겠지만 ‘여건은 갖추어 졌는데도 일이 성사되지 않아 불만이 쌓여 폭발하기 직전인 상황’을 빗댄 표현이라는 설명이었다.
올해에는 교수들이 어떤 촌철살인의 말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오늘의 중국을 있게 만든 작은 거인 등소평은 사상과 이념의 벽을 깨뜨리고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저 유명한 黑猫白猫論(검은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잘잡는 게 좋은 고양이라는 이론)을 주창한 바 있는데, 뜻은 전혀 다르지만 올해를 四字로 풀어 黑猫白猫로 표현하는 건 어떨지? 작금의 세태를 보면 서로가 나는 깨끗하고 상대방만 검다고 핏대를 세우는 형국이니 해보는 말이다.
한마디만 덧붙이자. 일전에 어느 기자가 올해의 인물을 김경준으로 꼽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게다가 그는 신정아와 김경준을 놓고 혼자서 한참을 고민했었다는 選定談(?)까지 곁들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어 쓴웃음이 나온다. 작년이라면 아마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이 유력했을 터이고, 올해도 국민들에게 기쁨과 환희를 선사한 몫으로 치자면 김연아나 박태환선수도 누구 못지않은데, 하필이면 김경준이라니…
부디 내년에는 和, 進, 明, 喜, 愛… 등등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글자가 올해의 한자로 선정되고, 국민들로 하여금 한없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분이 올해의 인물로 등장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