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된 수능 등급제
우려가 현실이 된 수능 등급제
  • 신아일보
  • 승인 2007.12.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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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예정보다 5일 앞당겨 발표했지만 수능 등급제도 도입으로 초래된 입시 혼란을 더 악화되고 있다.
수리 영역을 만점 맞거나 최소한 2점짜리 한 문제만 틀려야 1등이 되고 3~4점짜리 문제를 놓친 수험생을 2등급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다. 전 과목을 합친 총점에서는 월등한데도 한 과목에서 등급이 낮아지는 바람에 입시에 결정적으로 불리해지는 ‘등급역전’ 현상 또한 나타났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등급별 비율이 어느 정도 맞춰졌다는 등 현행 제도에서는 등급이라는 개념만 있지 성적개념은 없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등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으며 자기만족에 빠져있다.
언어, 외국어, 수리 세과목 합계점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고도 등급 점수에서 성적이 뒤바뀐 학생이 적지 않았다. 다른 과목들은 시험을 잘 봤지만 한 과목에서 점수가 모자라면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등급제는 입시의 공정성 부재라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 사회전체가 입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한국적 풍토에서 학부모들을 점수가 뒤져 낙방하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점수가 더 높은데도 입시에 떨어지는 일은 결코 수긍 하지 않는다. 등급제 수능은 대학입시를 요행수에 좌우되게 만들고 학력의 하향 평균화를 부채질 하게 될 것이다.
등급제 수능과 내신 위주의 입시는 교사들에게 다른 학교보다 열심히 가르친 동기를 제공하지 못 한다. 이런 입시제도가 계속되면 그나마 평등화 제도의 결함을 보완하는 과학고 외국어고, 자립형 사립고는 고사하고 말 것이다.
정부의 등급별 표준 분포비율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수리 가의 경우 2등급(목표7%)은 동점자가 많아 10.08%, 3등급(12%)은 9.55%였다. 2등급의 변별력이 없어지고 학교는 대입 지도 방법을몰라 속이 타고 있다.
엿가락 같은 등급분포로 인해 눈치작전을 어느 때 보다 치열해지고 대입 컨설팅 논술 등 사교육시장을 더욱 인기를 끌 것이다. 우리는 교육 당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학교가 학력차를 인정하기 보다는 기준을 모호 하게 해 뒤섞어버리는 이런 입시정책을 언제까지 극복할 것인가. 지금은 대선철이다. 각 후보가 교육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정답은 하나다.
대학 입시에서 교육부의 간섭을 최소로 줄이는 대신 대학 자율권을 보장 해줘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제 궤도를 찾은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이 국가 정책 자체를 불신 하게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 된다.
대입 자율화와 등급제 폐지가 학생들을 질곡의 늪에서 구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