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의 80% 부동산에 묻어 두고 있는 나라
재산의 80% 부동산에 묻어 두고 있는 나라
  • 이 도 선
  • 승인 2012.11.15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우스 푸어’ ‘깡통주택’ 등의 신조어가 속출하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의 숨통을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짓누르는 형국이다.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표심’을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는 정치권으로서는 물실호기(勿失好機)가 아닐 수 없다.

하우스 푸어의 주택 지분을 정부가 떠안거나 배드뱅크 같은 기구를 만들어 공적 재원을 투입하자는 등 각종 의견을 쏟아낸다.

마치 묘책이라도 되는 양 포장하고 있지만 실은 대규모 재정 투입이 전제되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대부분이다.

기준이 다양하므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우나 서울의 집값은 2006년 말~2007년 초에 고점을 찍은 이래 대략 20% 안팎으로 내렸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일부 수도권 신도시를 비롯해 지역에 따라서는 하락폭이 30%를 훨씬 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질문 하나 해 보자. 지금 집값은 충분히 내린 상태인가, 아니면 아직도 비싼 편인가? 주변에는 집값이 너무 떨어졌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더 내려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하우스 푸어 대책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한쪽에서는 ‘렌트 푸어’와의 형평성에 어긋날뿐더러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나라 재정을 거덜 낼 것이라고 비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고 경고한다.

이 대목에서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를 굳이 따질 마음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고 해서 집 없는 사람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택 매매에서 전세로 수요가 대거 몰려 전셋값이 치솟고 기존의 전세는 월세로 지금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놓을 때이지 책임 소재나 따질 때가 아니다.

집값이 아직도 비싸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대졸 직장인이 몇 년치 월급을 한 푼 안 쓰고 고스란히 모아야 서울 변두리의 조그만 아파트 하나 겨우 살 수 있다면 비싸다고 하는 게 맞다.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부동산 투기가 성실한 국민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며 국가 경제를 왜곡시키곤 했고 ‘투기 광풍’으로 나라가 온통 난리였던 게 불과 5~6년 전이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

경제의 활력을 다소나마 되찾고 서민들 주거를 안정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어려울 게 없다.

그저 버티기만 하면 된다.

급매물이 나와도 서민은 돈이 없고 설령 있어도 집을 사려는 분위기가 아니다.

서민은 싼 집이 나와도 살 기회를 놓치고 대부분 부자들 차지로 돌아갈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대책이 좀 더 치밀하지 못한 것은 아쉬우나 그나마 어렵사리 마련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감면안을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부자 감세는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말로는 서민을 위한다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을 더욱더 곤경에 몰아넣을 뿐이라는 역설적 사실에는 눈감고 있으니 말이다.

국민이 재산의 80%를 부동산에 묻어 두고 있는 나라에서 부동산이 무너지면 가계든, 기업이든, 금융이든 모두 결딴날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