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복지행정, 거덜난 건보재정
선심성 복지행정, 거덜난 건보재정
  • 신아일보
  • 승인 2007.11.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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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강 보험 정책심의회를 열어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평균 6.4% 올렸다. 애초 계획했던 8.6% 인상안에서는 후퇴한 것이긴 하나 이 결정으로 직장 가입자는 월 평균 4041원 지역 가입자는 3548원을 더 내게 됐다.
내년에 가입자들의 소득이 오르고 여기에 인상된 보험료율이 적용되면 실제보험료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는 더 내는 데도 혜택은 도리어 줄어든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회의에서 입원환자들의 병원 밥값 부담률을 20%에서 50%로 대폭 올렸다. 6살 미만 아이들이 입원했을 때 현재는 본인 부담금이 없지만 앞으로는 10%를 내야 한다. 장제비는 건강 보험 혜택에서 아예 뺐다.
날로 늘어나는 재정적자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나 받아들이기 어렵다. 상식적으로도 보험료를 더 내면 혜택이 늘어나거나 적어도 현상유지는 돼야 한다. 그런데도 보험료는 더 내는데 받는 혜택은 줄어드니 어떤 가입자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더욱이 병원 밥값 지원과 6살 미만 입원 환자 입원비 면제는 정부가 숱한 생색을 내며 도입한 제도다. 그래놓고서도 ‘해보니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역주행을 했다. 이러니 정부의 잘못된 재정운용 책임을 보험료 인상과 건강보험 보장 축소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국민에게 떠넘겼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더 심각한 점은 이렇게 해 우선 내년에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 하더라도 적자의 늪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데 있다.
당장 1·2년 후를 내다보지 못하고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정책을 남발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마치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 해결해 줄 것처럼 발표 했던 영·유아 무료입원과 장제비용 지급 약속도 1년 만에 축소하거나 취소해야 할 형편이다.
수입과 지출에 대한 기본적 계획 없이 있는 대로 쓰고 부족하면 더 걷어 들이자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건보료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가입자인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장기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효율적인 수지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히 관리당국이 맡아서 해야 한다.
누차 얘기했지만 이런 구조적 문제를 손대지 않고서는 건보적자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 하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심의회 산하 제도개선 소위원회에서 앞으로 진료비 지급제도 개편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까지 논의만 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그동안 질병진단에 따라 수가를 매기는 포괄수가 제도입만이 건보 적자의 근본적 해결책임을 수차례 제기 했다. 이제라도 의료공급자가 눈치 보기는 하지 말고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