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복지공약 재정계획’ 밝혀라
대선 후보들 ‘복지공약 재정계획’ 밝혀라
  • 김 강 정
  • 승인 2012.11.01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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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진짜 공짜는 없다.

마치 공짜인 것처럼 속이거나 속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선거전에서 이른바 ‘경제민주화’가 여야 정치권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대체로 재벌개혁과 복지확대가 골자인 것 같다.

그래서 복지공약 경쟁이 더욱 뜨거운가 보다.

지금까지 나온 여야의 복지공약만 지키려도 차기 대통령 임기 동안 적게는 75조 3000억 원, 많게는 164조 7000억 원이 든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갑자기 복지천국으로 가는 것 같다.

빠듯한 재정형편에 능력 이상으로 엄청난 돈을 복지에 쏟아 부으면 나라가 빚더미에 쓰러질 수도 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짓이 아니고는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복지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돈을 마련할 구체적이고 뚜렷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쥐어짜내겠다고 말하기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표가 되는 약속부터 하고 보자는 심보다.

이것이 바로 포퓰리즘이다.

앞으로는 고령화 등으로 사회복지 수요 대상과 범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탈북동포와 국제결혼으로 급증하는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들도 새로운 복지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언제 닥쳐올지 모를 남북통일도 대비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것이다.

건전재정 확립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들고나온 반값대학등록금만 해도 할 말이 많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80% 안팎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동시에 부실대학도 넘쳐난다.

해마다 수 십만 명의 대학 졸업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직장 구하기는 더욱 더 힘들어진다.

이런 판국에 반값등록금이라니 대학진학률을 100%로 끌어 올리겠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일자리 창출은 뒷전이고 고등실업자를 양산시키려고 작심한 것 같다.

반값등록금을 말하려면 대학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조정 방안도 함께 발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차라리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은 물론 대학원 등록금에 재학 중 생활비까지도 보장해주는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것이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모습이리라. 직업교육을 받으면 굳이 대학 진학을 않고도 일자리를 얻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직장에 다니면서도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시급한 과제들이다.

복지 포퓰리즘에 나라살림이 거덜난 사례는 많다.

1900년대 초 세계 5위의 부자나라였다가 하루 아침에 폭삭 가라앉은 아르헨티나가 바로 그렇다.

지금 당장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 등 일부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능력 이상의 복지를 누리다가 이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건전재정이 국가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최근 나라살림을 걱정하는 뜻 있는 분들이 건전재정포럼을 출범시켰다.

대통령후보들의 무책임한 선심공약 남발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전직 경제관료와 전직 언론인, 학계 인사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갈 공약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증하고 그 결과를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지킬 수 없는 복지공약이 남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전문가 집단의 평가라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정책대결 중심의 선거문화 조성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대선 후보들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할 때 선거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정규모와 재원조달 방법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담은 ‘재정 계획서’를 자진해서 제출하기 바란다.

선관위는 이를 즉각 공개함으로써 공개검증을 통해 심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

차제에 이를 법제화할 것도 공약하기 바란다.

어떤 후보라도 먼저 솔선수범을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지지를 확보할 것이다.

정치는 말이다.

경제민주화를 외치려면 그 뜻부터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순서다.

공약은 그 다음이다.

여야 모두 자기 진영 사람들끼리도 서로 다른 뜻풀이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대선을 앞두고 희망에 부풀기는커녕 경제민주화가 우리 모두를 ‘잘사는 평등이 아니라 못사는 가난의 평등’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