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휜 막대기에는 휜 그림자가 있다”
“휜 막대기에는 휜 그림자가 있다”
  • 김 기 룡 부장
  • 승인 2012.10.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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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속담에는 “휜 막대기에는 휜 그림자가 있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원인이 잘못되면 그 결과 또한 잘못된다는 뜻이다.

대선이 코앞인데 박근혜 후보의 대선 행보를 보면 이 속담이 의미가 새롭게 와 닿는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어서다.

전통 보수를 대표하는 새누리당이 대선 표를 의식, 방향타를 좌로 잡았다.

이렇다 보니 보수도 진보도 아닌 어정쩡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 후보에 대해 정체성을 모르겠다는 것이 일반 시민들의 시각이다.

보수는 보수다워야 하는데 새누리당에는 이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색깔도 없고 방향성이 없어 보여서다.

경제민주화 추진만 보더라도 그렇다.

경제부분에 있어 국가의 계획을 확대하고 대기업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려는 모든 시도를 경제민주화라고 지칭하는 것은 잘 못이라고 보수들은 주장한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좌파들의 선동에 우파들이 넘어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런데 헌법 제119조 2항에는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정당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자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이렇게 볼 때 경제민주화는 결코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경제민주화’의 본질이 훼손되어 공허한 이념대결로 치닫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역대정권들이 시장주의와 규제완화에 근거한 신자유주의를 맹신했다.

그래서 계층간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정부가 나서 경제 주체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는 인간의 의지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자신의 법칙을 따른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국민대통합행보도 그렇다.

물론 지혜·용기·전체가 조화될 때 정의가 실현되고 민주국가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의 공법학자·정치학자 ‘카를 슈미트’는 정치의 본질은 적과 동지의 구별에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볼 때 적과 동지의 구별을 없애기 위한 대통합행보는 자칫 정체성의 훼손을 가져 올 수 있다.

산토끼를 잡느라 집토끼를 잃을 수 있다는 충고다.

박 후보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정치를 바로 잡겠다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변화는 성장과 변화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변화를 이루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뭔가를 실천하려는 의지에 찬 행동 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박 후보의 대선 행보는 큰 폭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계획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 지를 냉정히 파악하고 다음계획에 활용해야 한다.

누구나 실패를 하지만 같은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의 모습으로 대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박 후보가 새겨들어야할 말이 아닌가 한다.